[팀장 칼럼] 50만 vs 360만, 치료제 확보도 한발 늦은 韓

김명지 바이오팀장 2021. 12.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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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한국과 일본의 의료 수준을 비교해 달라'고 묻자 그는 "기초 분야는 한참 멀었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봐도 실력 차이가 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대역전의 원인을 두고 분석이 분분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양국의 백신 접종 전략에 주목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회의에서 팍스로비드 30만명분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래봤자 한국이 확보한 치료제 물량(50만명분)은 일본 계약 물량(360만명분)의 7분의 1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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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한국과 일본의 의료 수준을 비교해 달라’고 묻자 그는 “기초 분야는 한참 멀었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봐도 실력 차이가 난다”고 했다. 12월 현재 한국의 코로나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코로나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한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하루 7000명대를 오락가락하고, 사망자는 하루 100명 이상씩 나오는데, 몇 달 전 ‘의료붕괴’를 우려했던 일본의 현재 하루 코로나 확진자는 10명, 하루 사망자는 1명 내외다.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대역전의 원인을 두고 분석이 분분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양국의 백신 접종 전략에 주목한다. 일본의 코로나 대응 전략은 ‘장기전’이었다. 일본은 제한된 의료자원을 중증 환자에게 집중하는 한편, 출시된 백신 중에서 예방 효과가 가장 좋다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해 국민에게 차근차근 접종해 나갔다.

한국은 대량검사(Test)·접촉추척(Trace)·신속격리(Treat)의 3T 전략을 썼다. 대량검사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고 대량 처치에 나서는 ‘단기전’이었다. 코로나 대유행 초반 K방역의 성과는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단기 성과에 취한 나머지 글로벌 백신 확보전에 뒤처졌고, 그 결과 효과 좋은 백신 확보에 한발 늦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구하지 못한 한국은 가장 강력한 보호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예방효과가 빠르게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집중 접종했다. 그나마 확보한 백신은 수급 일정을 맞추지 못해 접종 간격을 4~8주로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줄였다. 접종 간격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3차 접종(부스터샷) 계획도 엉망이 됐다.

그런데 이런 백신 확보 늑장 대응 양상은 ‘코로나 치료제’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화이자는 내년 팍스로비드 1억2000만명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내년에 경구용(알약) 치료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는 치료제 대량 생산 과정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3000만명분의 생산 목표를 세웠다.

세계 각국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몰누피라비르’ 먹는 코로나 치료제 확보전에 나섰다. 미국은 팍스로비드 1000만명분에 몰누피라비르는 310만명분을 확보했다. 영국은 두 종류 치료제를 모두 합해 500만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몰누피라비르 160만명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팍스로비드 200만명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이 도입 계약을 체결한 치료제 물량은 40만4000명분(팍스로비드 16만명분, 몰누피라비르 24만명분)이다.

정부는 그동안 확실하게 도입 계약을 체결한 건 몰누피라비르 20만명, 팍스로비드 7만명분이라고만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회의에서 팍스로비드 30만명분 구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래봤자 한국이 확보한 치료제 물량(50만명분)은 일본 계약 물량(360만명분)의 7분의 1도 안 된다. 이러니 “백신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치료제도 확보도 한발 늦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했다. 여권 유력 정치인은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을 완벽히 이겨냈다”라고 했다. K방역 성과를 자랑할 때도 일본을 비교했다.

하지만 지금 방역 상황을 보면 한·일전은 완패다. 아직 일본을 “뛰어넘었다”고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관료가 방역당국에 있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구호가 있었다. 국내 여론전으로 ‘한⋅일전’이 아니라, 우리 정부는 코로나 치료제 확보전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성과를 내길 바란다. 그리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관료라면, 깨우쳐야 한다. 여론에 밀려 정치권에 눈치를 보면서 임기응변식 하루 짜리 정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1년 후는 내다보면서 정책을 짜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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