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반대에도 인수 강행했더니..강남 사모님들 믿고 사는 브랜드 됐다

강영운 2021. 12.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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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2012년 주변 반대에도 인수 강행
디자이너 늘리고 제품 고급화로 정면승부
화장품·생활용품 진출..매출 1조4천억 넘봐

◆ 기업 인수합병 ◆

한섬의 고급 패션 브랜드 `랑방컬렉션`. [사진 출처 = 한섬]
"긴 호흡으로 멀리 봐 달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12년 1월 한섬 인수를 추진하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패션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4200억원의 인수가격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었다. 정 회장은 그럼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패션산업이 침체된 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 미래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뚝심으로 정 회장은 정재봉 당시 한섬 사장을 직접 만나 담판 짓고 인수를 확정 지었다. 인수 10년째를 맞은 한섬은 올해 매출 1조4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최대 실적이다. 정 회장의 뚝심으로 10년 만에 몸집을 약 3배 불리는 성과를 일궜다. 코로나19로 패션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이뤄낸 결과물이라 의미도 더욱 깊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4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6.4% 신장률이다. 3분기 누계 기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할 당시인 2012년 한섬 매출 4963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는 성장이다. 올해 영업이익 역시 3분기까지 1005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도 유력하다.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뒤 공격적인 투자와 꾸준한 고급화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인수 당시만 해도 국내 패션시장 침체로 안팎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산업 진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4200억원의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많았다. 인수 후 매출이 3년간(2012년 4963억원, 2013년 4708억원, 2014년 5248억원)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부정적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2012년 71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4년 456억원까지 뒷걸음질했다.

한섬은 위기에 승부를 걸었다. 터프한 조직인 현대백화점과는 다른 한섬의 섬세한 조직문화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지원했다. 230명이던 디자이너 인력을 약 2.5배 늘려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기도 했다. 한섬의 가장 큰 핵심 자원은 '인재'라는 기치를 유지하면서 인수 당시 572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1389명으로 2.5배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 역시 1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 기존 브랜드 리뉴얼 등도 회사 실적 향상에 힘을 실었다.

'고급화'는 한섬의 성공 키워드 중 하나다.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대대적 투자를 받으며 브랜드 고급화를 위한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 고급화 전략 일환으로 '노세일'을 내걸자 한섬 옷이라면 '믿고 사는' 두꺼운 고객층이 형성됐다. 할인하지 않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는 고급 의류 중심으로 성장하는 현재 패션시장에서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도 한섬의 사사(社史)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된다. 당시 인수금액은 3000억원(업계 추정금액). 이전 해 7119억원 매출을 올렸던 한섬은 이듬해 1조2000억원대의 거대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역시 정 회장의 용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SK네트웍스가 수입해 판매하던 타미힐피거, DKNY, CK, 클럽모나코, 오즈세컨, 오브제, SJYP 등이 한섬 품에 안겼으며 타미힐피거는 한섬의 대표 효자 브랜드가 됐다.

한섬의 성공 배경엔 정 회장의 뚝심과 더불어 탁월한 경영전략이 있다. 한섬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고급화' 전략을 실행했다. 브랜드 리뉴얼이 대표적이다. 여성복 브랜드 타임에 50여 명의 패션디자이너로만 구성된 '타임사업부'를 신설했고 그 결과 타임은 국내 대형 백화점에서 해외 명품 못지않은 대접을 받으며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브랜드가 됐다.

한섬은 성장 전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케어할 수 있도록 패션부터 뷰티, 리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품격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대내외적으로 공언했다. 한섬의 고품격 이미지를 다른 사업에도 접목해 고객들을 모으겠다는 목표였다. "패션기업을 넘어서겠다"는 경영전략에 한섬의 사업 다각화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섬이 첫 화장품 브랜드인 '오에라'를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5월 의약품·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지분 51%를 약 100억원(업계 추정치)에 인수한 뒤 내놓은 작품이다.

한섬이 다음으로 겨냥한 사업은 액세서리다. 한섬은 지난해 액세서리 전문 편집스토어 '더한섬 하우스 콜렉티드'를 선보였다. 타임·마인·시스템·랑방컬렉션 등 한섬의 13개 자사 패션 브랜드의 액세서리 제품을 한데 모은 액세서리 편집 매장이다. 내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확충과 더불어 온라인 채널 확대, 면세점 진출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2025년까지 연매출을 1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섬은 주력 소비계층으로 성장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작한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와 바이트 씨스터즈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한섬의 온라인몰 매출 신장률도 크게 늘어났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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