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후보 입장 밝혀라" 朴 사면에 李 지지자들 반발

김명일 기자 입력 2021. 12. 25. 16:14 수정 2021. 12.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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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발표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6·15남측위 청학본부 대학생분과를 비롯한 대학생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사면 결정 청와대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반발하며 후보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지지자와 소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25일 현재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A 지지자는 “부동산이 엉망이 돼도, 홍남기(경제부총리)가 날뛰어도, 검찰이 쿠데타를 해도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수천만 국민들이 추운 날 촛불 들며 심판한 박근혜를 사면한다고?”라며 “이제 문재인에 대한 나의 지지를 거둔다. 그도 이제 또 다른 적폐임을 선언한다. 이재명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라고 했다.

B 지지자는 “그동안 문 대통령 및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했는데, 박근혜씨 사면은 반대한다”라며 “이재명 후보께서는 정확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관철 시켜주시길 부탁드린다. 명확한 사면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관철의 노력이 없으면 문 대통령과 같은 생각으로 여겨,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도 철회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이재용, 박근혜 사면 등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해 지는 보수진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은 더 이상 민주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에 관심 끄겠다”라며 “이번 선거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일도 없을 것이다. 주변인들에게 이재명 지지해달라고 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고,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가지지 않겠다”라고 했다.

유명 이재명 지지자들의 공개반발도 나왔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은 태도를 분명히 밝히세요. 만약 이거 찬성하면 저는 이재명 안 찍을 거다. 이재명이 대통령 돼도, 똑같은 일 벌어질 거 아닌가”라며 “제가 민주당을 수구세력으로부터 방어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조건부”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로 알려진 팟캐스트 ‘나꼼수(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씨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촛불시민은 능욕을 당했다. 그래도 대통령은 딴 마음이시겠지 하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 이건 촛불시민에게 보내는 ‘아직도 나를 지지하네?’라는 사인이다”라며 “촛불시민이 우스웠나? 하긴 이런 X같은 사면결정을 하고도 ‘문프의 대선승리를 위한 지략’ 운운하며 쉴드 치는 인간들이 없지 않을 테니”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민주정부 3기가 아니다. 이 무능하고,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나는 문재인 편이 아니라 촛불혁명의 편이다. 박근혜 사면, 철회하라.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라고 했다.

이 같은 반발은 이재명 후보 선대위 내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박근혜 사면복권,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저는 국정농단을 밝힌 사람으로서 박근혜 사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면복권의 명분은 모호하고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우리가 겨울 광장에서 왜 촛불을 들었나”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국민 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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