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때 서울 집회 신고 3배 늘었다

박채영 기자 2021. 12. 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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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1월 한 달간 4317건으로 집계
방역 이유 등 금지통고는 1.2%
민주노총 “과도한 봉쇄” 불만
경찰 인권위 “집회 자유 보장”

한파에도 검사가 먼저 수도권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26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로 수도권에 1인 시위 이외의 집회·시위도 허용된 11월 한 달간 서울에 집회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인 시위로 명맥을 잇던 정의기억연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다시 열린 게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가 방역을 빌미로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11월 서울 집회 신고 4317건

26일 경향신문이 서울경찰청에서 받은 ‘서울시 집회 신고 건수와 금지 통고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 신고된 집회는 총 4317건으로 한 달 전인 10월(1354건)에 비해 3.2배 증가했다. 작년 11월 서울에 신고된 집회 건수(3237건)보다도 1000건 이상 많다. 정부의 집회 제한으로 억눌렸던 다인원 집회·시위가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의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지난 7월12일부터 1인 시위 이외의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8월8일까지 2주, 8월22일까지 2주, 9월5일까지 2주, 10월3일까지 4주, 10월17일까지 2주 등 5차례 연장됐다.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기간인 10월18일부터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완화됐지만 수도권의 1인 시위 이외의 집회·시위 금지는 10월31일까지 유지됐다. 이후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1월1일부터 12월17일까지 집회·시위 인원이 99명(참석자 전원 방역패스 소지할 경우 499명)까지 허용됐다.

지난 11월 서울시에 신고된 집회 4317건 중 1.2%인 54건에 대해 금지 통고가 내려졌다. 올해 1~10월 2만5549건의 신고 집회 중 14.5%(3703건)를 금지한 것보다는 덜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기에도 금지된 집회는 있었다는 얘기다. 11월13일과 27일 각각 열린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집회에 금지 통고가 내려졌다.

대규모 집회가 아니지만 금지 통고된 사례도 있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행동이 11월12일부터 이틀간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신고한 300명 규모 집회, 국민혁명당이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 신고한 499명 규모 집회, 엄마부대가 11월13일~12월5일 종로구 세종대로 앞에 신고한 499명 규모 집회가 금지 통고됐다.

금지 통고 사유는 주로 집회·시위법 5조 1항 2호인 ‘공공질서 위협’이다. 해당 조항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서울시와 경찰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가 아니더라도 감염병 전파 상황에서 집회를 여는 게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유독 집회·시위에만 엄격”

시민사회단체들은 유독 집회·시위에만 엄격한 방역조치가 적용된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은 11월13일 서울 도심에서 499명씩 70m 간격을 두고 20개 무리로 나눠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참가자 전원이 방역패스 소지자일 경우 499명까지 집회가 가능한 점을 고려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찰은 이를 ‘단일 집회’로 보고 금지 통고했다. 민주노총은 동대문 앞으로 장소를 옮겨 2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축구장과 야구장에는 수만명이 모여 치맥을 먹고 소리 지르는데 왜 집회는 봉쇄하냐”고 했다.

공공운수노조가 11월27일 서울 곳곳에 200~499명 규모로 낸 집회도 금지됐다. 그러자 공공운수노조는 당일 여의도 일대에서 2만명 규모의 집회를 강행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서울시에서 받은 문건에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될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매우 크니 금지를 통고한다’는 내용 외에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집회는 약자가 목소리를 내는 통로다. 집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집회 신고에 보완 통보만 해야 하는데 ‘공공질서를 위협한다’는 추상적인 말로 무작정 금지 통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찰청 인권위 “집회 자유 보장”

집회를 신고한 날 다른 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다는 이유로 금지 통고된 집회도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1월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덕역으로 행진하는 ‘정기국회 전국집중투쟁 결의대회 행진’을 계획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날이라는 이유로 금지 통고를 받았다. 전장연은 집회 강행도 고려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취소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민주노총 집회와 내용과 목적이 다른데 날짜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지 통고를 받았다”며 “대체 집회 허가제인지 신고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심각해지자 정부는 11월18일부터 집회·시위 인원 기준을 강화해 참석자 전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일 경우에도 299명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결정이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21조 1항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힌 헌법 21조 2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엄정한 사법조치라는 일관된 태도로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해왔다”면서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적극 보장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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