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제네레이션

서울문화사 2021. 12.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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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멈춘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돌파구가 됐다. 메타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전 9시에 메타버스 사무실로 출근해 아바타를 자리에 앉힌다. 세미나 공간에 회의 자료를 올린 뒤, 오전 10시 회의를 진행한다. 아바타 형태의 동료들은 세미나실에 모여 앉아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오후 2시 메타버스 나이키에서 아바타가 줄을 서 한정 출시된 운동화를 구매하고 ‘메타버스 서울’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 오후 8시엔 ‘수원 KT위즈파크’ 가상 야구장에서 강백호 선수 아바타를 만나고 응원가와 응원 동작을 배웠다.

메타버스가 대중화된 후 상상해본 하루 일과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하루 일과를 완수했다. 과연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친구를 만나고 유명인과 교류하는 날이 올까? 전 세계가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일컫는 말로, 가상 세계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가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고 가상 통화를 매개로 유통될 수 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 녹아 있다. 우리에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팔로어와 소통하는 것(라이프로깅)이나, 카카오맵이나 티맵을 통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미러월드)이 모두 메타버스다. 2016년 전국적인 열풍이 일었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역시 메타버스에 속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보이는 가상의 캐릭터 포켓몬에 열광했고, 포켓몬을 잡기 위해 강릉, 울릉도 등으로 떠났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대중을 매료했다. 또 최근 신한라이프 광고에 등장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또한 메타버스의 한 축에 속한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로지는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확보한 인플루언서로, 신한라이프 외에도 반얀트리 호텔, 쉐보레, 구찌×삼성전자, 마틴골프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를 섭렵하며 올해에만 광고비로 1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 3차원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는 향후 IT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7월 “메타버스가 회사의 다음 장이 될 것이다. 수년 내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메타버스 기업으로 알기 바란다”고 밝혔고, 지난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의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역시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아마존은 메타버스에 필요한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 홀로렌즈를 만들고 있다.

사무실 대신 메타버스로 출근하는 ‘직방’

메타버스로 인한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재택근무 형태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재택근무는 흔히 사용하는 화상회의 줌과는 다르다. 화면 속에 실재 같은 공간이 있고, 지정된 책상에 아바타를 앉히면 근무가 시작된다. 일정 시간에 잠시 모였다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근무하는 것처럼 메타버스 내에서 근무한다. 내 아바타 옆으로 다른 아바타가 지나가면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다른 층으로 이동하려면 승강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버스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340여 명의 임직원은 직방이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로 출근해 화상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직방이 만든 메타폴리스는 30층짜리 고층 건물로, 직방은 사용 중인 4층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다른 기업에 임대했다. 첫 입주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총 7개 층을 빌려 1층은 중앙당사, 나머지는 대선 경선 후보들을 위한 캠프 사무실로 썼다.

완전히 메타버스에서 근무하는 사례는 직방이 유일하지만 메타버스를 이용한 사원 교육, 채용 설명회, 회의를 하는 기업은 쉽게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소개하면서 메타버스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신입 행원 연수 개강식을 개최했다. 해당 공간에는 여의도 신관, 천안연수원, 김포IT센터 등 KB국민은행의 주요 건물이 구성돼 신입 행원들이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LG사이언스파크는 게더타운에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우수 아이디어를 시상하고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 ‘LG DX 페어’를 개최했고, DGB금융그룹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그룹 계열사 CEO 6명이 참석한 그룹경영 현안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곧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대중이 한 공간에 모이는 각종 이벤트가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4000원으로 명품을 입는다

글로벌 기업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와 구찌, 컨버스, 랄프 로렌, 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적 패션·뷰티 브랜드는 제페토에 입점해 제페토 내 유료화폐인 ‘젬(ZEM)’ 혹은 ‘코인’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젬 14개, 코인 3,900개당 각각 원화 1,200원의 가치를 지니는데 젬을 이용하면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500~4,000원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제페토에 출시된 뷰티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컬래버레이션 메이크업 컬렉션의 금액은 젬 5개로 한화로 약 430원이었다. 또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 속 피렌체에 구찌 빌라를 만들고 ‘2021 S/S’ 제품과 ‘도라에몽×구찌 컬렉션’으로 구성된 상품 60여 종을 선보였다. 가격은 3,000~4,000원으로 반응은 파격적이었다. 출시 열흘 만에 구찌 아이템을 활용한 2차 콘텐츠가 40만 개 이상 생성됐다.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직접 ‘애프터월드 : 더 에이지 오브 투모로’라는 게임을 만들어 2021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블랙핑크’, ‘잇지’ 등 케이팝 아이돌들은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고 콘서트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블랙핑크’의 가상 팬 사인회에는 4,600만 명의 팬이 방문했고, 지난 2월 진행된 ‘잇지’의 팬 미팅에는 680만 명이 모여 멤버들의 아바타와 함께 한강을 산책했다. 아바타 멤버와 함께 데뷔해 화제를 모았던 ‘에스파’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에스파 멤버 4명과 가상 세계의 에스파 아이 멤버 넷이 소통하고 교감한다는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SM컬처유니버스’를 선보이고 아티스트와 팬의 교류를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1020세대를 위한 공간일까? 아니다. 중장년층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뇌파와 시선 분석을 통한 치매 진단부터 가상공간에서 치매 예방 훈련 프로그램과 재활 치료까지 도우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IT기업 룩시드랩스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노년층의 치매 위험 정도를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KT에서는 두뇌 개발 및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서비스인 ‘리얼큐브’를 선보였다.

교육업계에서는 메타버스를 플립 러닝과 접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립 러닝은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집에서 과제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교수법을 거꾸로 뒤집은 수업 방식으로 수업을 먼저 듣거나 자료를 보고 강의 시간에 토론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인데, 수업 전 자료 활용에 메타버스가 이용되는 것. 예를 들어 한국사 수업 전에 임진왜란을 재현한 가상 현장으로 가거나, 생물 수업 전 개구리를 해부하지 않아도 개구리의 생체 기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식이다. 이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3D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메타버스. 2018년 출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내 마음대로 외모와 의상을 입힌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아바타와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또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가상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프랜드

SK텔레콤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성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 모든 아바타의 의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참여할 수 있는 방을 검색할 수 없어 하나씩 내려가며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더타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실제처럼 가상공간에서 만나 대화도 하고 업무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개인 면담, 비대면 면접, 소그룹 회의 등에 적합하다. 대화하기를 3가지 방식으로 나눠 대화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2D 아바타를 가까이 다가가게 해 대화하거나, 주변의 소음이 줄어들며 귓속말하는 것과 같은 효과의 버블 기능, 주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개인 공간에서 대화하는 것으로 나뉜다. 그 외에 메시지 보내기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해인사를 찾아 메타버스 미술 전시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경제계에서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정세균·박용진·김두관과 국민의힘 원희룡 등이 제페토를 지지자와 소통하는 채널로 택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맵을 만들었다. 가상 유세장에 들어서면 그의 얼굴이 크게 새겨진 전광판과 ‘958일 역대 최장 총리’ 등의 이력을 써놓은 입간판이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벚꽃이 만개한 고궁을 콘셉트로 한 유세장을 만들고, 이곳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1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합천 해인사를 찾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도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삼성전자 창립 52주년 기념일이자 지난 10월 25일 1주기를 맞았던 고 이건희 회장을 기리고,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의 49재를 봉행해준 해인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의 방문이었다. 해인사 경내 퇴설당으로 방장 원각 대종사를 예방한 홍라희 전 관장은 원각 스님에게 추사 김정희가 해서(楷書)로 쓴 <반야심경(般若心經)>(보물 제547호)을 진본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똑같이 책자로 만들어 전달했다. 홍 전 관장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이를 활용해 학예사들이 좋은 전시를 얼마든지 꾸밀 수 있게 됐다. 가상공간이 생기면 그 안에서 리움 컬렉션을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내 것 네 것이 없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며 메타버스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의 메타버스관 개관을 추진하고 있다. 3차원 공간에 미술품을 전시하고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개념

대부분의 산업에서 장빗빛 미래를 그리는 가운데, 메타버스가 단순 호기심이나 흥밋거리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03년 미국에서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3D 가상 세계 서비스가 실패한 바 있고, 국내에서는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앨범 판매랑 20만여 장, 광고 수익으로 5억여 원을 벌고 사라진 전례가 그 이유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이전의 가상 세계,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메타버스가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내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상업용 VR 기기가 출시된 지 5년이 넘었지만 비싼 가격과 낮은 활용도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모호한 메타버스 개념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낸다. 작가이자 방송인 허지웅은 인스타그램에 “메타버스는 실체가 없는 근사한 뜬구름”이라며 “새로운 고객을 낚거나 눈먼 돈을 투자받으려는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제시하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소셜 네트워킹 등의 것은 이미 우리가 1990년대부터 인터넷으로 해왔던 익숙한 것”이라며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이 팔려는 것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화려한 수사와 멋진 말로 ‘당신의 삶이 바뀝니다’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명을 개칭한 메타(전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 ‘둠’ ‘퀘이크’를 개발하고 메타 산하 오큘러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개발자 존 카맥은 페이스북 커넥트 기조연설에서 “메타버스는 누군가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여러 기술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디지털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중국 정부 역시 메타버스를 허황된 개념이라고 정의하고 투자 위험을 경고했다.

한편 국내 메타버스 관련 정부 예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양 부처의 메타버스 관련 사업 예산은 2020년보다 약 25% 증가한 총 1,602억원이다. 올해 예산은 1,284억 원이었다. 예산안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산업 지원,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메타버스로 구현 등이 포함됐다.

Mini Interview

메타버스 캠퍼스 라이프를 즐긴다!

<나는 메타버스에 살기로 했다>의 저자 서승완은 2020년 2월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캠퍼스를 지었다.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대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학문과 기술을 연구하는 것 외에 대학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잃고 싶지 않았다.

메타버스 캠퍼스의 장점은?

물리적 공간이 가진 제약이 없다는 것. 실제 캠퍼스 라이프는 단과대나 동아리실 근처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메타버스 캠퍼스에서는 전공과 동아리를 뛰어넘어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제약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조건 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과거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아바타로만 만난 친구들과도 끈끈한 관계가 된다. 한 친구가 군대를 가서 메타버스 속 영남대학교의 대강당을 빌려 송별회를 했던 적이 있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술을 한번 마셨을 것이다.

현실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나?

대다수가 현실로 확장된다. 아바타로 만났지만 음성으로 대화를 나눠서인지 어색함은 없었다. 아바타로만 봤던 친구들을 현실에서 보니까 신기해서 우리끼리 “다들 팔과 다리가 있네”라며 농담을 하고 웃기도 했다.

대학의 본질은 학문과 지식을 갈고닦는 것이다. 학술적인 부분엔 어떤 도움이 되나?

중앙도서관에 열람실을 만들고 책장을 구비했는데 학생들이 전공과 대학 생활에 관련된 지식을 책의 형태로 정리해 꽂아뒀다. 또 다른 학생은 신입생에게 필요한 정보,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책으로 만들어놨더라.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는 독후감 모음집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정보 공유가 이뤄진 사례다.

아바타들은 캠퍼스 안에서만 활동하나?

캠퍼스 밖에 마을이 구성돼 있다. 한 학생이 땅을 개간해 집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땅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서 토지를 16㎡로 규격화해 마인크래프트 속 가상화폐로 매매가 이루어졌다. 현실에서처럼 경제활동이 일어난 것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실을 보완할 수 있지만 대체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도덕적 문제가 일어났을 때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 실제로 한 학생이 여성의 나체로 아바타를 만들어 캠퍼스에 들어와 퇴장시킨 적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준 사건이었는데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도 현재로선 재발을 방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다.

서승완 작가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메타버스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데,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또 하나의 사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이 생기고, 경제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은 알자! 메타버스 기본 용어

가상현실(VR)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배경과 환경, 객체를 모두 가상의 이미지로 구현해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편의성을 높인다. 이는 즉 현실과 다른 공간, 시대·문화적 배경, 사회제도, 등장인물 등을 만들어 그 속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강현실(AR)

실제 사물 위에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정보와 콘텐츠를 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게임 ‘포켓몬 고’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면 곳곳에 숨어 있던 포켓몬이 보이는 것이 바로 증강현실. 또 만화 <드래곤볼>에서 안경을 착용하고 상대를 바라보면 전투력 정보, 상대와의 거리,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카우터라는 기기 역시 증강현실의 예다.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의미. 희소성을 갖는 디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한 것. 게임이나 예술품, 부동산 등의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확장현실(XR)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개별 활용 또는 혼합 활용을 자유롭게 선택해 확장된 현실을 창조하는 기술. 확장현실 기술이 진화하면 평소엔 투명한 안경이지만 증강현실이 필요할 땐 안경 위에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나, 가상현실이 필요할 땐 안경이 사라지고 시야를 통해 정보를 표시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프로깅

각자의 삶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저장·공유하는 활동.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모두 라이프로깅에 해당된다. 다수의 전문가가 향후에는 메타버스에 라이프로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혼합현실(MR)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스마트 환경을 제공해 사용자는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예로 사용자의 손바닥에 놓인 가상의 애완동물과 교감한다거나, 현실의 방 안에 가상의 게임 환경을 구축해 게임을 할 수 있다. 또 집 안의 가구를 가상으로 재배치해 본다거나, 원격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는 듯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신뢰성·안정성이 보장된 디지털 통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정해 해킹을 막는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더욱 안정화되고 디지털 화폐 인프라가 갖춰지면 사용자가 콘텐츠나 재화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러월드

현실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복사하듯이 만들어낸 메타버스를 부르는 말이다. 현실 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 만들어진다는 게 특징이다. 앱 배달의민족 사용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실 세계에 식당이 존재하지만 직접 전화를 걸기보다 앱을 통해 메뉴를 확인하고 이미 입력돼 있는 주소로 배달을 시키면 편리하고 효율적이란 것. 또 이용자들의 후기를 비롯해 식당의 위치, 메뉴, 특징 등의 정보를 한눈에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디터 : 김지은 | 사진 : 제페토, 이프랜드, 조계종 총무원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 참고문헌 : <눈 떠보니 메타버스 마스터>(최재용, 진성민, 광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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