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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하나에 번호 두개..내년 도입되는 e심 뭐길래

이혜선 입력 2021. 12. 2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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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월부터 e심 서비스 시행 예정
통신비 절감·알뜰폰 사업 확대 기대

내년 9월부터 'e심(eSIM)' 서비스가 도입됩니다. e심은 지금 많이 사용되는 유심(USIM)의 또 다른 버전입니다. 유심이 사용자가 따로 칩을 구입해 휴대폰에 꽂아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e심은 내장된 모듈에 번호를 등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e심은 하나의 휴대폰으로 두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어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하고 싶은 직장인이나 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사용자라면 환영할만한 소식인데요. 아울러 5G(5세대) 통신 서비스 특화망 사업자는 e심 도입으로 로봇과 같은 혁신 서비스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렴한 통신비를 무기로 삼고 있는 알뜰폰 업계도 e심 도입을 반기고 있습니다. 반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통 3사'는 자칫 유심 판매 감소나 가입자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은 물론 통신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줄 e심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e심을 사용 중인 아이폰 화면. 메인 회선으로는 이동통신사1의 5G 서비스를, 보조 회선으로는 이동통신사2의 셀룰러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미지=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e심은 어떤 면에서 편리할까요? 한대의 폰으로 두개의 전화번호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래 쓰던 번호를 노출하기 싫을 때 유용합니다. 중고 거래를 할 때나 주차 시 불가피하게 연락처를 남겨야 하는 상황에 활용하는 거죠.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도 이통사에서 번호를 하나 더 받을 수 있는 '투넘버' 같은 부가 서비스가 있으나 이는 정식 번호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갈 때도 휴대폰 사용이 훨씬 편리해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비싼 데이터 로밍 요금 때문에 해외 현지 통신사의 유심을 이용하는 분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기존에는 국내에서 쓰던 유심을 빼고 현지 유심을 끼워 사용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유심칩 분실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e심이 도입되면 달라집니다. 유심칩을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인터넷 등으로 현지 통신사 번호를 추가해 간편히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유심 삽입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개통

e심은 내장형 심(SIM·단말기에서 가입자를 식별하는 모듈)카드를 말하는데요. 물리적인 삽입이 필요한 유심과 달리 통신사에서 이용자 정보를 다운받아 사용합니다.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e심 서비스에 가입하면 문자나 이메일로 QR코드를 보내주는데요. 카메라 앱을 열고 QR코드를 스캔해 셀룰러 요금제를 추가하면 쉽게 끝납니다.

이렇게 요금제가 활성화되면 각 요금제에 맞는 '말풍선'(레이블)을 지정합니다. 두 개의 요금제에 각각 '업무용', '개인용'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는 것입니다. 아니면 '메인'이나 '보조'라고 이름을 붙여도 되겠죠.

이래야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어떤 번호를 사용할 지 쉽게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휴가 중일 때 업무용 전화를 받지 않으려면 회선 끄기를 통해 해당 번호만 꺼둘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번호 2개 쓴다

e심을 사용 중인 아이폰 화면. 전화를 걸거나 받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사용할 번호를 지정할 수 있다. /이미지=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e심 서비스가 도입되면 이용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데요. 음성통화는 통신3사의 저렴한 요금제로, 데이터는 알뜰폰의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알뜰폰은 월 3만원대 요금제로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습니다. 굳이 데이터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통신업계 관계자는 "e심 서비스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고서도 음성은 통신3사의 회선을 이용하면서 데이터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e심 도입을 가장 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유심 대리구입 비용과 배송비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e심 서비스가 도입되면 알뜰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전했습니다.

특화망 사업자들도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특화망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5G 특화망이란 이동통신사가 아닌 일반 기업 등이 특정 지역(건물, 공장 등)에 한해 맞춤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 빅테크 기업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도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제2사옥 안에 5G 특화망용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인데요. 네이버 제2사옥은 로봇, 5G,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네이버는 5G 특화망을 제2사옥의 로봇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특화망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려면 듀얼심이 필요합니다. 듀얼심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번 유심을 교체해야 하는 만큼 특화망 사업자들 사이에선 e심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됐습니다.

네이버랩스 플랫폼그룹 강상철 부문장(책임리더)는 지난 9월 과기정통부가 개최한 '5G 특화망 전문가 간담회 및 제도 설명회'에서 "스마트폰에서 특화망에 연결할 수 없으면 반쪽 서비스에 머무르게 된다"며 "e심이 도입돼야 스마트폰 하나로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특화망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심 도입 소식에 네이버 관계자는 "e심 도입이 로봇 등 혁신 서비스 활성화에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습니다.

해외에선 진작 도입…국내 도입 늦어진 이유는? 

세계적으로 e심 이용은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탑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2016년부터 세계이통사연합회(GSMA)의 주도하에 표준화 규격이 발간됐는데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 e심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단말에 제약이 있고 통신3사도 e심 도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인데요.

e심을 사용할 수 있는 단말 모델은 아이폰 XR·XS·11·12·13 모델 등 일부에 한정돼 있고요. 통신사는 알뜰폰 사업자인 KCT(티플러스)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티플러스는 지난해 7월 스마트폰 e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요. 현재 약 2만5000명의 가입자가 이용 중입니다.

통신3사가 e심 도입을 탐탁지 않아하는 이유는 유심 판매 수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심칩 판매가는 7700원 정도. 실제 원가는 1000~3000원대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 통계를 보면 통신3사들이 2012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5년간 유심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은 7000억원에 달합니다. 통신3사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거둬가도 소비자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유심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심이 도입된다면 통신3사는 장기적으로 가입자 이탈을 걱정해야 할 겁니다. e심은 본질적으로 개통이나 통신사 이동이 쉬운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비대면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알뜰폰 트렌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로인해 번호이동 경쟁이 심화되어 이통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소비자 편익 확대될 것…통신사업자 간 갈등 우려도" 

전문가들은 e심 도입이 소비자 편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통 방법이 간단한데다 통신비 절감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유심과 달리 e심은 다운만으로 개통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 활성화로 가격 경쟁이 붙어 통신비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통신비 인하 경쟁으로 인해 기존 무선통신(MNO) 사업자와 알뜰폰(MVNO)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신 교수는 "현재 알뜰폰 요금제가 저렴한 이유는 통신3사가 도매대가를 추가로 인하해줬기 때문인데 갈등이 심화하면 통신사업자들이 더 이상 도매대가 인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들도 자기만의 특화 서비스나 5G 특화망 등 니치 마켓을 겨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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