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초부터 증시 수급 꼬일까? 삼전 블록딜·LG엔솔 공모..매도 폭탄 우려

명순영 2021. 12. 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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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이었다. 셀트리온 2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매도했다. 100%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셀트리온 지분 29%에 해당하는 362만여주를 팔았다. 그러자 주가가 연일 하락하더니 블록딜 가격이었던 24만7000원대마저 무너졌다. 블록딜에 따른 주가 하락에 투자 심리가 냉랭해지며 바이오주 전체가 흔들거렸다. 셀트리온은 “테마섹 지분 일부 매각은 본질적인 기업가치와 무관한 사안으로 테마섹과 향후에도 지속적인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으나 한동안 주가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어쩌면 2022년 연초에도 수급 불안으로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家에서 상속세 마련을 위한 블록딜 지분 매매가 예정돼 있어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0.33%) 매각 작업이 본격화한다. 시가(7만9400원, 12월 22일 기준) 기준으로는 2조원 가까운 거래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20%를 차지하고, 개인 주주가 520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장주’다. 최근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주가가 8만전자를 바라보며 반등하고 있으나 블록딜에 따라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라희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 일부의 처분 신탁을 맡은 KB국민은행은 홍 전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0.33%, 총 1994만1860주)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 10월 KB국민은행과 상속세를 납부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국내외 증권사로부터 제안서를 접수받고, 최종 선정한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몇몇 국내외 증권사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분 매각 기한은 2022년 4월 25일까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또한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 10월 5일 삼성SDS 지분 각각 1.95%(각 150만9430주)를 KB국민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었다. 매각 기한은 홍 전 관장과 동일하다. 오너 일가 삼성SDS 지분 규모는 현재 시가(약 16만원) 기준 4800억원 수준이다. 홍 전 관장의 상속세는 약 3조1000억원, 이부진 사장은 약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약 2조4000억원 규모다.

최근 이서현 이사장은 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주식 약 350만주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하며 2300억원가량을 현금화한 바 있다. 역시 KB국민은행이 유가증권처분신탁 계약을 맺고 있던 주식이다. 이 이사장의 지분 매각 주관은 KB증권과 JP모건이 담당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시가 대비 프리미엄 약 4.5%가 가산됐다.

▶삼성家 상속세 마련 블록딜

▷대형 공모주 상장 땐 수급 불안

이뿐 아니다. 대형 공모주는 주식 시장을 띄울 수 있지만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공모주가 시장 수급을 흔드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대형 공모주 청약에 앞서 자금을 쌓아둔다. 활발한 거래가 사라지고 돈이 묶이는 것이다. 이후 환불일까지 증거금이 잠기다 상장하면 바로 매도 주문으로 털어내는 상황이 반복됐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다. 운용사들도 대형 공모주 투자에 대비해 자금을 쟁여두면서 증시 수급이 꼬이게 된다. 설상가상 비상장 때부터 일찍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대거 매물을 쏟아내면 그야말로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1년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21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공모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대어가 60% 넘게 차지했다”며 “2022년 역시 IPO 규모가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대어 상장 이후 수십조원 규모 자금 이동이 일시적으로 일어나며 개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적지 않은 대형 공모주 상장이 기다린다. 단군 이래 공모주 최대어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 조 단위 공모주가 줄줄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국내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도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1월 상장을 추진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파급 효과가 클 듯 보인다. 2021년 1~10월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23%다. 중국 CATL(28.2%)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 규모나 산업의 성장성 측면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공모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11~12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산정한 뒤 18~19일 일반청약에 나선다. 공모가는 주당 25만7000~30만원으로 책정됐다. 목표 시가총액은 최대 70조원, 공모 금액은 10조9225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 규모는 기존 최대인 삼성생명(4조8881억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상장과 함께 코스피 시총 순위 2~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할 때만 해도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까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GM 전기차 화재로 인한 리콜 충당금이 발생하면서 기대치가 다소 낮아졌고, 목표 시총을 70조원 수준으로 확 낮췄다.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셈이지만,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이미 개인 매수세 추락

▷주식 양도세 부과도 악재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미투자자가 발을 빼는 흐름도 뚜렷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매매 비중은 연초 70%를 웃돌았고 9월까지 60%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우하향하며 현재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인의 올해 코스피 누적 순매수 금액은 74조원을 정점으로 추락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동력이 약화돼 추세가 살아 있는 미국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진단에 힘이 실린다.

최유준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 모멘텀 약화로 개인 수급이 이탈했다”면서 “개인 매매는 2021년 상반기처럼 시세를 상방으로 이끌기보다는 저점 매수 후 짧은 기간에 차익 실현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 역시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을 거두면 과세 표준 3억원을 기준으로 20~25%의 양도소득세(양도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 슈퍼 개미투자자는 “높은 세율의 주식 양도세를 새롭게 부과하면 국내 주식 시장 매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2023년 시행으로 1년 남았기에 아직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는 듯 보이지만 2022년 말이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0호·신년호 (2021.12.29~2021.0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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