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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日의원 3명의 서로 다른 한일 관계 해법 [특파원칼럼/박형준]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 12. 28. 03:02 수정 2021. 12. 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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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1일 유흥수 당시 주일 한국대사는 산사태로 주민 70여 명이 사망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기시다 외상의 지역구가 히로시마여서 유 대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던 것 같다.

유 대사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면담 후 기시다 외상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나왔다. 배려가 깊었고, 큰 인물이 될 재목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의 국유화 선언에 항의하며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기시다 외상과의 만남을 일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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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미래 향한 협력 중시 스타일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드러내지 못할 뿐
도쿄=박형준 특파원
2014년 8월 31일 유흥수 당시 주일 한국대사는 산사태로 주민 70여 명이 사망한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그러자 며칠 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외상이 초청 연락을 했다. 대사관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대사의 카운트파트는 외무성 차관인데 외상이 나섰기 때문이다. 기시다 외상의 지역구가 히로시마여서 유 대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던 것 같다. 유 대사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면담 후 기시다 외상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나왔다. 배려가 깊었고, 큰 인물이 될 재목감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강창일 주일 대사도 지난달 18, 19일 히로시마를 방문해 현지 정치인들과 면담하고, ‘신시대의 한일관계 전망’을 주제로 강연도 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감사 인사는 없었다. 물론 총리와 외상이라는 직책의 무게감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시다 외상이라고 하더라도 감사 인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한일 관계는 얼어붙어 있고, 일본 총리와 외상은 한국 고위 인사와의 만남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해법은 뭘까. 지난달 집권 자민당의 정치 거물 3명을 연달아 인터뷰했다. “한국이 징용과 위안부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고노 다로 자민당 홍보본부장)이 있는가 하면, “역사와 협력 사안을 분리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이시바 시게루 의원)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하고 나중에 일본 기업에 청구하는 대위변제(代位辨濟)를 제시한 의원(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도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아직 인터뷰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해법은 누구와 가까울까. 겉으로 드러난 발언을 보면 고노 본부장과 동일하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를 오랫동안 취재한 일본 언론인, 그와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은 의외의 답을 한다. “이시바 의원과 가장 비슷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자서전 ‘기시다 비전’을 읽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외상 시절이었던 2013년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거의 전쟁 상태였다. 일본의 국유화 선언에 항의하며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기시다 외상과의 만남을 일절 거부했다. 그해 여름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외상회의 때 기시다 외상은 왕 부장이 묵는 호텔까지 찾아갔다. 왕 부장은 공식 회담이 아니라는 조건에서 짧은 만남을 수락했다. 기시다 외상은 “내가 아무리 일본 입장을 이야기해도 당신이 ‘알겠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아무리 중국 입장을 이야기해도 내가 ‘알겠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미래를 향해 협력할 부분을 찾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올 한 해 한일 관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한국 측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자세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기시다 총리는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답습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기반을 굳힌 기시다 총리가 드디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 지금 한국 측에 필요한 것은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지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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