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노동존중 세상은 실현될까?

2021. 12. 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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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나친 '일자리 중심' 노동 정책, 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노동 정책은?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근로감독 권한도 없고, 노동행정 경험도 없는 지자체에서 노동현안 문제들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을 가졌던 시절이었다. 그때 민선7기, 이재명 전 지사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광역자치 최초로 노동국과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직영 노동권익센터를 만들었다. 필자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최근 3년간 경기도청 노동국 내에 있는 노동권익센터에서 센터장을 역임했다. 잠시 센터의 주요 업무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무료 노동상담 및 권리구제 그리고 노동역량강화 교육, 마을노무사 운영과 각종 행정업무지원 등이다. 9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노동권익센터 팀원들 대부분은 임기제 채용직 공무원 신분이지만 대부분은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경험들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참고로 전국에서도 유사한 노동권익센터(또는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센터들은 운영방식에 따라크게 직영센터과 위탁센터로 구분된다. 따라서 장.단점들도 분명 존재한다.

내가 몸담았던 센터는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온라인 노동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초기에는 "지자체가 근로감독 권한도 없는데 과연 잘 될까?" 하는 의문도 많이 들었다. 하여 기초적인 상담은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임금체불 및 부당해도 등등 권리구제가 필요할 경우 31개 시군에 포진된 96명의 위촉 마을노무사를 활용하여 고용노동부 각 지청에 진정 및 고소고발 대행 지원을 받게 된다.

변화는 분명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집단체불 사건 해결 및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 갑질에 대해 산재 인정을 받도록 했다. 전자업체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오던 임신여성 보호 지원을 했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으로 해고된 외국항공사 승무원들에 대한 심리치유 등 보호 지원도 해왔다. 아울러 공무직에 대한 직장내괴롭힘 교육, 군부대, 소년원 및 학교밖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도 진행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필수노동자 지원에 대한 연구용역도 수행하였다. 또 하청, 파견, 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 근절을 위해 상담 및 실태조사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일을 해보니,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구제 지원사업 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장 사업주들도 있었다. 그들에 대한 노무컨설팅 지원사업들도 진행했다. 노동권익센터의 광역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도내에 있는 각종 노동지원단체 및 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인권센터 들과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촘촘한 권리구제 연대활동들도 진행했다.

인구 1,370만 시민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 지역 특성상 모든 노동 현안들을 다 해결 할 순 없다. 하여 이듬해 2019년 7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노동국이 신설됐다. 총 3개과의 6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노동복지, 산재예방, 플랫폼노동지원, 노사관계 등 년 200억원이 넘는 각종 지원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때 결론을 내렸다. 기존 지자체 공무원들이 "근로감독 권한이 없으니 마땅히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것이 핑계일뿐,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의 문제다.

그동안 도 노동국에서는 비정규직 공정수당 지급, 노동인지예산, 배달노동자 산재보험지원, 취약계층 조직화 지원사업, 외국인 노동자 보호 지원사업, 경비·청소 노동자 휴게실 지원사업, 노사민정 지원사업, 비정규직지원센터 지원사업, 노동복지센터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해오고 있다.

산업재해, 체불은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지금, 전국의 노동 현장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노동 이슈는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들이다. 작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 조그만 정보 하나가 절실한 사람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많다. 경기도의 '노동인권국 실험'이 중요한 것은 노동 이슈로 곤란함을 겪는 사람들에게 지자체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노동 이슈는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노동사업은 지나치게 '일자리 중심'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노동 전담 부서가 있는 시군은 31개 시군 중 고작 2곳 뿐이다. 지자체 공무원들 또한 노동 사건은 모두 고용노동부 소관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문제가 되는 소규모 사업장들의 산업재해 및 임금체불 문제는 각종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방정부에서 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건설현장 안전시설 조치가 허술 한 것이 지적될 경우 지자체에서는 이후 '준공검사'를 내 주지 않는다면 사업주들은 지체 없이 시정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유료 직업소개소들의 과도한 소개료 '중간착취'가 발견된 경우도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자체의 권한을 활용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경찰제' 도입을 누차 강조해 왔다. 경기도는 104명의 노동안전지킴이를 양성하여 소규모 사업장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하여 노동 현안을 '주민복지'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경험을 통해 하루속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을 지적하자면, 행정 조직이다 보니 결정 과정들이 지나치게 늦고 관료적 업무와 수시로 떨어지는 업무지시에 직원들의 피로감들이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전문성이 요구되는 노동행정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이 노사 관계자들에게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매년 노사분쟁으로 많은 경제적 손실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슴아픈 현실들을 감안하여 임기내에 꼭 해보고 싶었던 사업이 있었다 바로 '노사 분쟁해결조정관' 사업이다. 민간 노사관계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여 직업 사업장들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는 분쟁해결 행정을 해 보고 싶었다. 지난 3년간 경기도청 노동국에서 일했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경기도의 작은 실험이 전국의 노동 환경을 바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70일 앞으로 섬큼 다가왔다. 각 대선 후보들이 앞다투어 노동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 현장의 문제들, 피부에 와 닿는 해결책이 절실하다.

매번 '거대 의제'에 밀려 노동 이슈가 소외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부조리함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앙 정치와 지방 정치가 함께 움직이길 바란다. '노동 존중' 사회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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