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명의 할머니가.." 보수단체 훼방 속 열린 2021년 마지막 수요시위

박채영 기자 2021. 12. 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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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추모 행사
정의연 “일 정부 사죄 못 받고 떠나셨다”
자유연대 등 시위 방해에 피켓으로 ‘응수’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52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올해 돌아가신 세 분의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추모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수요시위는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정의기억연대는 2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1524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정의연은 “올해도 세 분의 한국인 피해자가 유명을 달리하고 중국과 필리핀에서 몇 분이 세상을 등지셨다”며 “그토록 바랐던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 사실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 머물던 정복수 할머니의 별세에 이어 5월과 9월 2명의 할머니 등 총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등록된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13명만 남았다. 시위 현장 한켠에는 고인이 된 이들의 영정이 놓였고, 신상 공개를 원치 않는 유가족 뜻에 따라 사진 대신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수요시위는 묵념, 헌화, 추모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정의연은 “어제는 ‘2015 한일합의’ 6주년이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할 권리, 피해자의 입을 봉쇄할 권리를 내용 없는 사과와 돈 몇 푼으로 샀다고 착각하는 자들의 행태를 똑똑히 지켜봤다”면서 “이를 빌미로 역사부정과 왜곡이 자행되고 피해자가 모욕당하고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아프게 경험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52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극우단체를 향해 ‘양심거울’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위를 방해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도 계속됐다. 자유연대·위안부법폐지공동행동 등은 이날 인근에서 ‘위안부 동상 철거하라’, ‘정의연 해체’ 등의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이들을 향해 ‘양심거울’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응수했다.

정의연은 코로나19로 집회가 제한된 이후 1년4개월간 1인 시위로 수요시위를 이어오다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11월부터 대면 집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신고한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주어지는 집회 장소 선순위를 얻지 못해 평화의소녀상 앞자리를 보수단체에 뺐겼다. 이후 정의연은 11월3일 1516차 수요시위부터 소녀상에서 오른쪽으로 50m 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수요 시위를 했다. 그러나 다른 보수단체가 그 자리마저 차지해 이달 1일 1520차 수요시위부터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30m가량 더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정의연은 시위를 방해하는 보수단체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 강혜정 정의연 이사는 “수요시위가 많이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못 모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런 시간을 틈타서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이 평화로를 점령하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정의연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에 대해 혐오와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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