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윤석열·김건희 통신자료 뒤졌다

최민지 2021. 12. 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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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전방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촉발된 불법 사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번엔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 후보는 “오늘 저와 제 처, 누이동생까지 통신사찰당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대선도 필요 없고 이제 곱게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통신 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을 발부받아 정치인·기자 등에 대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조회한 것으로 나타나 사찰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과 김기현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를 비롯한 여러 수사기관이 윤 후보와 부인 김씨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임 본부장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후보와 부인 김씨의 통신자료를 각각 3회, 1회 조회했다. 검찰·경찰의 통신자료 조회 내역까지 더하면 윤 후보는 10회(서울중앙지검 4회, 인천지검 1회, 서울경찰청 1회, 관악경찰서 1회), 김씨는 7회(서울중앙지검 5회, 인천지검 1회)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에 제공된 윤 후보 부부의 정보는 이름·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주소·가입일·해지일이었다. 윤 후보 통신자료 조회 시기는 공수처는 9~10월, 서울중앙지검은 5~6월과 10~11월이었고, 김씨 조회 시기는 공수처는 10월, 서울중앙지검은 5~6월과 8월이었다.

현재 윤 후보는 고발 사주와 법관 사찰 의혹으로 공수처와 서울경찰청의 수사를,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수사기관이 아닌 곳까지 나서 두 사람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경북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검경이 가지고 있는 수사 사건 첩보들을 자기들(공수처)한테 무조건 이관하라고 하더니 완전히 사찰정보기관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런 공수처를 만들려고 그렇게 무리를 했는지… 국민에 대한 입법 사기 아닌가”라고 했다. 또 이날 오전엔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게슈타포나 할 일을 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미 수사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글을 올렸다.

공수처, 야당의원·기자들 단톡방도 조회했다

정치인과 민간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29일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후보 부부 외에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집계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당 소속 의원은 78명으로 전체 105명 중 74.2%였다. 전날까지 집계한 60명에서 18명 늘어난 것으로 더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특히 윤 후보의 핵심 측근 3인방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 모두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다. 권 의원 측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적이 없는데 통신기록이 조회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6명(권성동·유상범·윤한홍·장제원·전주혜·조수진 의원)이 포함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사위는 법원과 검찰, 공수처를 관할하는 상임위다.

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한 청년단체가 통신정보 조회를 당했다고 제보해 왔다. 탈북단체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금융계좌를 조회당했다”며 ‘청년 불법 사찰’ 의혹도 제기했다. 임 본부장은 “민주정부를 가장한 현 정권의 엽기적인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야당 수사처인 ‘야수처’가 될 거라는 예견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구속돼야 마땅하고 당장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불법사찰 국민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수사기관의 불법 사찰 의혹을 계속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 없이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기조 속에 추이를 지켜봤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만약 불법 사찰이 있었다면 큰 문제”라면서도 “통신자료를 협조받은 게 어떤 성격의 것인지 사실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30일 오후 2시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김진욱 공수처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질의하기로 합의했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등 최근 수사 중인 피의자의 발·착신 통화 내역을 확보하려고 이동통신사에 대한 통신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으며 카카오톡 통신 영장을 별도로 받은 것도 논란이다. 카카오는 수사기관이 특정 시기를 지정해 영장을 제시하면 영장 대상자가 속해 있는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의 전화번호와 로그 기록(날짜·시간), IP(인터넷 주소) 정보 등을 제공한다. 대화 내용은 제공되지 않는다.

공수처는 우선 대화방 참여자들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통신사의 통신자료(가입자 신원정보) 조회를 통해 그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한 명에 대해서만 카카오톡 통신 영장을 받아도 다수의 통신자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경우 국민의힘에선 김웅 의원과 정점식 의원이 입건됐다. 이들에 대해 카카오톡에 대한 조회 허가를 받아 대화방 참여자 정보를 입수했다면 대화방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통신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29일까지 파악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은 현직 기자 148명과 국민의힘 의원 78명이다. 보좌진 6명도 조회 대상에 포함됐다. 기자 가족 등 민간인을 합쳐 모두 273명에 이른다.

공수처 측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조회 논란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하기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만 했다.

최민지·하남현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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