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can영상]썩는 마스크를 아세요?

2021. 12.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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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연 한국화학硏 단장 인터뷰
해양오염 야기 마스크쓰레기
"안 쓸수 없다면 썩게 해야"
6개월 이내 분해 필터 개발
국제 학술지 표지 게재 성과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제품이라면, 분해되는 대체 소재를 써서 플라스틱 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안경찬 PD·이건욱 PD, 시너지영상팀]

[헤럴드경제(울산)=최준선 기자] “플라스틱은 안 쓰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당장 그게 가능한가요? 토양과 해양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양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합니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단장은 십수년째 생분해성 플라스틱,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을 연구해왔다. 조금 더 잘 썩을 뿐, 어차피 플라스틱 아니냐는 외부의 편견이 뼈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황 단장의 신념은 확고하다.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지구에 덜 해로운 인류가 되기 위해 화학자로서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플라스틱의 본성을 바꿔내는 일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방역 마스크였다.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방역 마스크는 1290억개에 달한다. 마스크의 필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만들어진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회용 배달용기와 같은 소재다.

▶▶▶십수년째 생분해성 플라스틱,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을 연구해온 과학자가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땅에 묻히면 썩는데 500년이 걸린다는 방역 마스크.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제품이라면, 분해되는 대체 소재를 써서 플라스틱 양을 줄여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버려지는 마스크, 분해에 500년

황 단장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겨 소각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자의적으로 바다나 땅에 버려지는 마스크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땅에 묻히면 썩는데 500년이 걸리고,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미세 플라스틱으로 풍화돼 소형 어류의 뱃속으로 들어간 뒤 인간 밥상에 올라온다. 미생물이 쉽게 분해할 수 있는 소재로 마스크를 만든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방역 마스크의 필터는 가느다란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다. 여기에 정전기 방식으로 플러스(+) 전하를 입히는데, 마이너스(-) 전하를 띄고 있는 미세먼지나 바이러스가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게 잡아두기 위해서다.

생분해성 마스크는 섬유가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필터는 효소를 이용할 경우 6시간, 고온다습한 여름에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에 묻는다면 빠르면 한 달 안에 분해될 수 있다.

플러스 전하를 입히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게 껍데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키토산 기반 소재를 활용하는데, 키토산은 플러스 전하를 띄고 있어 마이너스 미립자를 잡아둘 수 있다. 황 단장은 “호흡에 의한 수분으로 필터 효율이 떨어지는 정전기식 마스크의 단점을 보완한 측면도 있다”며 “10회 이상 착용해도 필터 효율이 유지된다”고 했다. 황 단장과 연구팀이 거둔 성과는 지난 3월에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는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썩는 마스크, 문제는 비용

문제는 비용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아직 전무해 시장 형성조차 안 됐다. 생분해성 마스크의 생산을 지원하거나 사용을 장려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황 단장은 “5대 범용성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대량 생산되고 있는 일반 마스크에 비해 생산 단가가 3~5배 비쌀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용화를 포기하긴 이르다고 황 단장은 말한다. 개발한 생분해성 필터의 원리를 방역 마스크뿐만 아니라 에어컨,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면 생산 비용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황 단장은 “현재 대부분의 헤파필터가 소각 처리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사용되는 것들만이라도 생분해성으로 대체된다면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소각에서 비롯되는 미세먼지 등 다른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오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놓고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미생물이 풍부하고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까다로운 조건 아래에서만 빨리 썩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분해 플라스틱만을 위한 별도의 수거 시스템과 분해 설비를 갖추기 전까진 그 실효성이 낮지 않냐는 것.

황 단장은 이같은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완벽한 대안을 기다리기에는 현재 마주하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분해되는 데에는 실험 조건 아래 확인된 6개월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500년을 1년으로만 단축해도 토양과 해양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가능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하되,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은 그 소재를 바꿔 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황 단장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자원순환 구조를 바꿔낼 일등공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분해되는 플라스틱으로는 ‘생산-소비-관리-재생’의 순환형 경제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기업들의 플라스틱 생산량이 매년 두 자릿수씩 늘어나는 것에 비해 재활용 속도는 한참 뒤처진다”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의무를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지운다면, 이같은 그린워싱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상=시너지영상팀]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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