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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신년사 핵심 주제는 '디지털 혁신'

조귀동 기자 입력 2022. 01. 02. 09:22 수정 2022. 01. 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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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새해 화두는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에 상관없이 모두 디지털 혁신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업체(빅테크)가 본격적으로 금융 산업 내 영토 확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이 절박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까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융권 업종 간 칸막이를 뛰어넘어 고객 유치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사장이 지난해 7월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빅테크는 거대 플랫폼을 발판으로 쇼핑, 모빌리티, 대리운전, 미용실 등에 이어 새해에는 금융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빅테크·핀테크가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다수가 등록이 필요한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전반적인 규제 완화 추세 속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금융 당국의 제동에 운전자 보험 등 일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으나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 허가를 바탕으로 올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등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이미 출범해 올해는 시중 은행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대형 금융사와 빅테크가 본격적으로 한판 대결을 벌이는 해로 볼 수 있다”면서 “금융사 간에는 자칫하다가는 금융 시장이 빅테크에 먹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오픈뱅킹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금융 공공기관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올해 신년사를 보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금 우리 금융산업은 전대미문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며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면서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도 신년사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맞춰 생보산업의 ‘디지털 대전환’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빅테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등 합리적 규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도 카드업계와 빅테크간 규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신년사에서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금융사들 또한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 조직인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 유닛, 데이터 사이언스 유닛, 혁신서비스 유닛, 데이터플랫폼 유닛으로 재편했다. 디지털개인부문을 신설해 디지털을 중심으로 소매금융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KB금융그룹은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콘텐츠센터’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플랫폼 품질관리(QC) 유니트’는 디지털 플랫폼의 품질관리를 전담한다. 하나은행은 디지털리테일그룹 산하에 ‘DT(디지털전환) 혁신본부’를 신설해 은행 디지털전환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겼다. 우리은행은 혁신기술사업부를 신설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의 결합에 집중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플랫폼 신사업 개발을 위해 설립했던 ‘DNA사업추진단’을 ‘pLay사업본부’로 정규 조직화했다. 플랫폼 콘텐츠 운영 효율을 위한 전사 조직 ‘R&R’을 조정해 소비 밀착형 생활금융사업과 비금융 혜택까지 제공하는 라이프사업 등 플랫폼 기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수장들은 디지털 혁신과 함께 IT회사들과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형평성에 대한 고민을 신년사에 담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한층 가속하겠다”면서 “AI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데이터 결합 제도도 개선하며 마이플랫폼(개인별 맞춤형 종합금융 플랫폼)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빅테크·핀테크가 혁신과 경쟁을 선도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율은 균형 있게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디지털 신사업 진출 등 금융산업의 외연이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등 빅데이터 활용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금융혁신을 적극 지원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금융사와 빅테크 간 불균형적 경쟁 여건은 해소돼야 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협력적인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사들은 이에 대응해 IT회사들과 업무 제휴를 맺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상호 공존을 먼저 도모하겠다는 포석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우리은행과 함께 소상공인 대출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에서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확인하고 우리WON뱅킹과 연동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메리츠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손잡고 보험 서비스 개발에 나서 이달 중에 30~50대 직장인을 겨냥한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카카오톡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추천 펀드’ 변액보험 관리 서비스를 내놨다.

오는 5일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복병이다. 금융사와 빅테크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관련 정보 제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시범 운영 기간에 응답 지연, 정보 유출 등 문제가 터지기도 했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50여개사가 출사표를 던졌다.고객이 일일이 각 금융사의 앱에 들어갈 필요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본인 정보를 한눈에 통합 조회할 수 있어 금융사들엔 미래의 먹을거리로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빅테크가 그동안 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았지만 이제는 빅테크가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성장해 올해는 금융사와 ‘동일 원칙, 동일 규제’를 적용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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