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윤석열의 측근,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은기 기자 2022. 1. 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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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중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말처럼 현재 그의 곁엔 공식 직함을 가진 참모만 400여 명이다.
2021년 12월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라면 누구든 함께 가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021년 12월6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출범식 당일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100가지 중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윤 후보의 말처럼 현재 그의 곁엔 공식적으로만 수백 명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21일 기준으로 공식 직함을 가진 참모만 400여 명이다. 전현직 의원도 100여 명에 달한다.

윤석열 후보는 2021년 3월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이후 정치 행보를 시작하며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구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본인의 ‘안방’인 법조계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측근들이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사실상 모두가 윤 후보에게 새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권에 없었던 인물이다. 물론 검찰총장까지 했으니 아는 정치인은 많겠지만, 직접 정치를 할 때 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을 소위 ‘보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측근 중) 일부는 개인적 인연도 있겠지만 결국은 정치 참여 이후에 가까워진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 곁에는 입당 전부터 ‘친윤계’가 형성됐다. 정권교체 여론을 규합해 일순간에 ‘반문’ 진영의 선봉으로 떠오르는 과정에서다. 친이·친박 등 사람들이 몰렸다. 2021년 6월29일엔 국민의힘 의원 25명(당시 무소속 송언석 의원 포함)이 윤 후보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한 달 후인 7월26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윤석열 입당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정진석·권성동 의원을 필두로 윤한홍·이양수·유상범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캠프는 2021년 7월30일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 정치권 인사들이 전방위로 합류하며 규모가 커졌다. 당내 경선 당시 윤석열 캠프엔 공동선대위원장 6명(김태호·박진·심재철·유정복·주호영·하태경)이 있었다. 하지만 캠프를 주도하는 인물은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은 당시 윤석열 캠프의 좌장 격인 종합지원본부장으로 주요 업무를 총괄했다. 장제원 의원은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며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윤석열의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되는데 그중 하나가 장제원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장 의원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캠프 합류를 둘러싸고 내홍이 일자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른바 ‘조국흑서’로 알려졌으며 ‘탈문 진보’로 불리기도 하는 권경애 변호사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장 의원을 ‘장순실’이라고 부르며 몰아붙였다. 이에 장 의원은 명예훼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여전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기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이후엔 권성동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맡아 당의 조직·재정 등을 총괄하고 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 선대위를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권성동 사무총장과 윤한홍 전략기획부총장이 나눠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윤 후보가 이양수 수석 대변인과도 굉장히 긴밀하게 소통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사람들’의 기반은 율사 그룹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는 검찰 인맥이 두텁다. 권영세·권성동·정점식·유상범 의원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 주광덕 전 의원은 선대위 상임전략특보를 맡았다. 정무특보로 임명된 박민식 전 의원도 검사 출신이다. 윤 후보의 대학 동기인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은 대외협력특보로 임명됐다.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공익제보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선대위 공식 직함 없이 외곽에서 윤 후보를 돕는 법조계 인사들도 있다. 일명 ‘서초동 캠프’라 불리는 이들은 윤 후보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완규·손경식 변호사는 윤 전 총장 본인과 장모 등 가족 사건 대리인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주진우 변호사는 ‘서초동 캠프’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2019년 당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로 일하던 주 변호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이후 지방으로 발령 나자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표 정책’은 누가 구상하고 있을까? 윤석열 후보는 2021년 6월21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박근혜 정부)을 영입했다. 공보 라인을 제외하면 이석준 전 실장은 윤 후보의 첫 번째 영입 인사로, 캠프 정책팀을 총괄 조율했다. 또 다른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선대위 책사 중 하나로 김현숙 희망찬국가미래정책본부 본부장을 꼽았다. “밖에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선대위 내부에서)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김현숙 본부장이 많이 한다.” 김현숙 본부장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지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경제정책을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한다.

이 밖에 사회복지 정책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동산 정책엔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교육 정책엔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박근혜 정부) 등이 주축이다. 안상훈 교수는 김기춘 전 박근혜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위다. 김기춘 전 실장은 윤석열 후보가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윤 후보가 대권 도전 선언 이전에 만났던) 정승국·박도준·모종린 교수 등도 선대위엔 참여하지 않지만 계속 자문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6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국민의힘 선대위가 난항 끝에 출범했다. 하지만 ‘윤석열의 사람들’은 여전히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급기야 12월21일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 모두 충돌 끝에 선대위 보직에서 사퇴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수습에 나섰다. 그는 “선대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인사는 과감하게 조치하겠다”라며 선대위 개편을 시사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를 반겼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여러 상황에 대응해 메시지, 일정 관리 등 모든 면에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끔 잘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총괄상황실이 그런 컨트롤타워를 하는 기구다. 더 적극적으로 하시겠다니 반갑다.”

2주 넘게 이어진 국민의힘 내홍에 대해, 1월3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선대위의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하겠다. 국민 정서 맞게 선대위를 개편해야만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편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도 의논할 상황이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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