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윤, 연기만 좀 해달라"..총괄본부로 후보 직접 통제 구상

김미나 2022. 1. 3. 22: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대선]후보와 의논없이 선대위 개편 칼빼.."협의해 내일모레 마무리"
"개편 질질 끌면 선거 차질, 후보 모든 상황 직접 통제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의도 차르’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을 65일 앞두고 ‘선대위 개편 전권’을 쥐고 전면에 나섰다. 지난달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후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사실상의 선대위 해체안을 들고 윤 후보 압박에 나선 것이다. ‘김종인식 충격 요법’이 당의 또 다른 내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저녁 <티브이(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와 협의해 (선대위 개편을) 내일이나 모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질질 끌고 가면 선거운동 자체가 차질이 빚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본부장이 6명 가까이 되는데, 꼭 필요한 본부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본부장도 있다. 상황 따라 변경시킬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후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직접 통제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의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내가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을 겪어보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역할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온갖 실언·망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윤 후보를 향해 “연기만 해달라”며 온전히 자신에게 선대위 운영을 맡길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어 공개적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후보나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 그룹을 지칭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선대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후보의 눈치를 볼 것 같으면 선거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연기만 해달라는 말은)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후보가 말실수를 해서 바로잡으려면 별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발언은 윤석열 후보의 사전 동의 없이 강행됐다. 김 위원장은 “내가 (윤석열 후보한테)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내가 판단한 기준에 의해서 내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사전에 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김 위원장이 전했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는 그간 선대위 개편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이 전면 쇄신을 주장한 데 반해, 윤 후보는 ‘운영 방식 변화’를 고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선거를 두달 앞두고 인적 쇄신은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윤 후보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이어지고 메시지 혼선, 지지율 폭락 등이 겹치면서 선대위 개편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됐다고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날 윤 후보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책을 숙지하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발표하는 모습을 방송 생중계로 접한 뒤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에 “그간 윤 후보와 경선 때부터 함께해온 측근들이 김 위원장 쪽 제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종인 스타일’을 보일 수 없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쇄신안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겠지만 현재 시점에선 후보가 무조건 ‘을’”이라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논의 과정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후보는 연기만 하라”는 발언은 ‘상왕’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티브이>에 출연해 “결국 윤 후보가 ‘허수아비’ ‘껍데기’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정당이 대선 후보에게 연기를 주문하다니요. 윤 후보가 이제부터 내놓을 정책과 공약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