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연말 연시를 맞아 이웃을 살피고 돕는 국내 주요 기부금품 모집 및 나눔단체를 청와대로 초청해 기부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에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할머니는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봉사를 해온 박춘자 기부자.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1/04/joongang/20220104000707620lpmc.jpg)
김밥 장사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봉사활동을 펼친 박춘자 할머니(93)가 지난해 연말 청와대 기부 행사에 초청돼 김정숙 여사의 손을 잡고 눈물을 터뜨린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마주한 박 할머니 사연을 전했다.
남궁 교수는 "장내 소개와 함께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며 "공식적이지만 온화한 자리였다. 그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며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고 적었다.
이어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며 "그 모습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는 온전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박 할머니는 15살 무렵부터 50여년 간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000만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장애인 거주시설 성남작은예수의집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박 할머니는 60대에 김밥 장사를 그만둔 후에는 지적 장애인 11명을 집으로 데려와 20여년 간 돌봤다. 올해 5월부터는 거주하던 월셋집 보증금 중 일부인 2000만원까지 기부한 뒤 한 복지시설로 옮겨 생활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사망 후 남을 재산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녹화 형태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 [LG복지재단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1/04/joongang/20220104000708880oycx.jpg)
남궁 교수는 "스무 살 전에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해 가족 없이 살던 할머니는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다"며 "고령이 된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했다.
남궁 교수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당시 회담장에서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며 "지극한 현실이라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옆자리의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고 돌아봤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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