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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로 재탄생한 폐열..에너지도 '업사이클링' 한다

박순엽 입력 2022. 01. 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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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체인지 현장을 가다]
SK인천석유화학 '공정 열원 회수 사업' ①
공정에서 버려진 열 활용해 지역에 온수 공급
화석연료 사용 줄여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사회적 가치 잡으면서 일부 수익도 얻어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글로벌 기업도 탄소중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국내 기업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친환경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이데일리는 탄소중립이 본격화할 새해를 맞아 새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기업의 현장을 찾아 탄소중립 관련 사업 현황을 짚어보려 합니다.[편집자 주]

[인천=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버려진 열에너지를 회수·이용해 인천 지역 내 4만 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온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찾은 인천 서구의 SK인천석유화학 공장. 공장 입구에 놓인 커다란 두 개의 배관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온수로 사용할 물이 외부에서 공장 내부로 들어오는 데 쓰이는 배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폐열(廢熱)을 통해 데워진 물이 다시 외부로 나가도록 하는 데 사용하는 배관이다.

SK석유화학은 2019년부터 석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회수되지 못한 열, 즉 폐열을 이용해 지역 사회에 온수를 공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정에서 쓰이지 않고 버려지던 열에너지를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온수를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면 기존에 온수를 만들고자 쓰이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만큼 친환경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들이 공정 열원 회수 설비에서 운전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버려지던 열, 다시 쓰니…이산화탄소 5만t 저감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 열원 회수’ 사업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버려진 열을 어떻게 다시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선 원유에 높은 열을 가해 경유·등유·휘발유 등을 분리하는 공정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업체에선 제조 공정에 쓰이지 않는 130도 아래의 저준위(低準位) 열원을 공기 중에 방출한다.

SK인천석유화학은 쓰레기를 소각한 열을 이용해 지역 사회에 온수를 공급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떠올리며 저준위 열원으로 온수를 만들고 이를 지역 사회에 공급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인근에 청라지구 등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찾고 있던 점도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7년부터 관련 연구·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8년 인천·청라 지역의 집단 에너지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9년 4월 200억여원을 들여 설비 공사를 벌인 뒤 같은 해 11월부터 지역 사회에 온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지역에 냉·난방 에너지를 공급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열원 회수 및 공급 과정 (그래픽=SK인천석유화학)
폐열로 온수를 제작하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부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저준위 열원으로 스팀을 만든 뒤 이를 열원 회수 공정 내 열 교환기에 투입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물이 열 교환기 속 배관을 지나가면서 온수로 바뀌는 방식이다. 석유제품 생산 공정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온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공급되는 열에너지양은 연 28만 기가칼로리(Gcal)에 달한다. 기존 화력발전소에 액화천연가스(LNG) 2만7000톤(t) 또는 유연탄 5만6000t을 투입해 생산하는 에너지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폐열을 다시 쓰는 것만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5만t과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 물질 60t을 감축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들이 공정 열원 회수 설비에서 운전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사회적·경제적 가치 동시 창출…올해 규모 확장 예정

SK인천석유화학은 공정 열원 회수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라지구 등 공장 주변 도시가 점차 커지면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민원 제기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공유 인프라 구축으로 사업상 위기를 지역사회와의 공생 기회로 바꿨기 때문이다.

또 온수를 집단 에너지사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누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본업에서 나오는 수익과 비교하면 일부이긴 하지만 열원 회수 사업에서도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회사에 필요한 열원의 공급원을 확보하고 집단 에너지 공급 사업의 잠재력도 키워나갈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인천석유화학은 공정 내 열원 회수 사업 규모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올해 말 시운전을 목표로 열원 회수 사업과 연계한 공정을 확대해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열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이용해 외부에 공급하는 온수 공급량을 늘리고, 내부적으로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확장 사업이 마무리되면 연간 7만5000t의 이산화탄소와 90t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정 열원 회수 사업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들이 공정 열원 회수 설비에서 운전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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