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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대형매장서 10대 성폭행하고도 집행유예..반성하고 합의하면 풀려난다?

김수민 입력 2022. 01. 04.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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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선고.."합의한 피해자가 선처 탄원"
피고인, 혐의 모두 인정하고 75장 반성문 제출하기도
전문가 "양형기준으로부터 대단히 이탈한 판결..합의·탄원 고려한 듯"
"상황 수습 위한 용서일 가능성, 기계적 반영 지양해야..사법부, 양형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때"
법원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낮에 도심 대형 매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피해자와의 합의, 가해자의 반성 등은 고려해야 할 양형 요소이지만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지, 또 진정한 의미의 용서와 반성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사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8월 5일 오후 2시께 세종시의 한 대형 매장에서 10대 여학생 2명을 뒤에서 잇따라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물건을 고르던 또 다른 10대 여학생 B양에게 편의점을 가자며 손목을 잡고 남자 화장실로 끌고 가 저항하던 B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대낮에 10대 여학생들을 추행하거나 강간해 죄질이 상당히 무겁다"며 "다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행사한 힘, 유형력이 추행 정도에 비해 무겁지 않다고 보인다"며 "피해자와 합의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A씨는 재판부에 75장의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낮은 형량'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항소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청소년에 대한 범행, 계획적 범죄 등 가중요소가 3개나 되고 5~8년의 기본형 정도가 나왔어야 하는 사건임에도 집행유예가 된 점에서 양형기준으로부터 대단히 이탈한 판결"이라며 "가중해야 하는 사유와 범죄의 죄질은 뒤로한 채 75장의 반성문 등을 반영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감형의 결정적 요소로 본 것 같은데, 미성년자 성범죄에서 합의가 그렇게 중요한 감경 요소인지 의문"이라며 "특히 두 명을 추행하고 한 명을 성폭행한 걸로 봐선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 범죄 성향을 띠고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어리다는 점에서 도저히 집행유예를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 또한 "이례적인 판결인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합의를 넘어 피해자가 탄원을 계속 내는 점까지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범죄 ⓒ게티이미지뱅크

양형에 대한 사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기계적인 반영이 아닌 진정한 용서와 반성을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오 변호사는 "사법부가 양형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피해자 본인이 진정으로 가해자를 용서하겠다는 것보다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용서일 가능성이 있다. 형식적인 합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진지하게 가해자를 용서하고 피해가 회복되는 과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 또한 "합의, 탄원, 반성을 양형에 고려하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형사처벌은 국가 사법권의 발동이고 범죄 행위에 대한 응징만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예방효과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양형 반영의 정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를 양형에 지나치게 많이 반영하지 않았는지 또는 기계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는지를 세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가 사법권의 발동이 피해자 개인의 심중에 의해 결정되면 피해자에게도 부담이 되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적정한 수준의 반영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이같은 성범죄 판결이 반복되면 죄질이 나쁜 범행을 저질러도 합의하거나 반성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잘못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피고인에게 두 명을 추행하고 한 명을 성폭행했음에도 합의만 하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며 "또한 피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반성문을 많이 쓰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성폭행하고도 풀려날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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