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가해자들 모두 세상 떠나도 일본에 책임 있어"

이채원 입력 2022. 1. 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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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바야흐로 인구의 80%를 넘어섰습니다. 그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성균관대 재학생 차재헌(27·철학과)씨와 임형완(26·전자전기공학과)씨가 일본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얼굴이 바뀌었더라도 그들이 참여하는 구조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만큼 일본제국과 전후 일본이 동일하다고, 윤리적 책임도 승계됐다는 취지의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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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명예 회복' 심포지엄 
최우수상 받은 차재헌씨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바야흐로 인구의 80%를 넘어섰습니다. 그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지난 2015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이어졌지만 한국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담화문의 맥락을 보건대 “이후 세대에게까지 윤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도 더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 나눔의집이 지난달 주최한 제3회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차재헌(27)씨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일본이 일본제국의 윤리적 책임을 승계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 ‘나눔의 집’이 지난달 18일 주최한 제3회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 담화문을 철학적 관점에서 비판한 주장이 나왔다. 성균관대 재학생 차재헌(27·철학과)씨와 임형완(26·전자전기공학과)씨가 일본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얼굴이 바뀌었더라도 그들이 참여하는 구조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만큼 일본제국과 전후 일본이 동일하다고, 윤리적 책임도 승계됐다는 취지의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차씨는 “피해자 권리회복과 같은 측면에서는 법학이 더 유용하겠지만 철학적, 윤리학적 측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베의 주장은 철학이 오랫동안 다뤄왔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형이상학에서는 구성품이나 구성원이 변화한 물체나 집단의 동일성이 중요한 논제였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테세우스의 배의 역설’은 테세우스가 모험을 마치고 아테네로 귀환하면서 탑승한 배를 보존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모든 구성품을 바꾼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차씨는 “일본인들도 일본제국이 올바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윤리적 책임을 부정하면서는 당사자들이 사라졌다는 논리를 펼친다”고 강조했다.

차씨는 분석철학에서 최근에 제기된 이론인 ‘사회 존재론’을 근거로 현재의 일본이 일본제국의 윤리적 책임을 계승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집단을 구성하는 위치(노드·node)가 유지됐다면 구성원들이 바뀌어도 집단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차씨는 “예를 들면 대한민국에는 대통령, 법무부 장관이라는 노드가 있다. 구성원이 바뀌어도 핵심적 노드와 노드 사이의 구조가 이어지면 한국은 한국으로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에서 차씨는 일본과 일본제국의 정치적, 행정적 노드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의회제도나 입헌군주제 등이 큰 틀에서 유지됐다는 이야기다. ‘상공성 등 자잘한 부서들은 통폐합됐지만 (중략) 일본의 행정제도는 군국주의적 계획경제를 추진하려 했는지 미국식 시장경제제도를 적극 수용했는지 사이에서만 차이를 가진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차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와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졌나 싶을 정도”라면서 “일본이 구성원의 변화를 논거로 윤리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더라도 일본의 윤리적 책임은 남을 거라고 차씨는 주장했다. 차씨는 “언젠가는 생존자분들이 모두 사라질 텐데 그때는 윤리학적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개개인의 틀을 벗어나서 계속해서 일본의 책임을 주장하는 이러한 논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인턴기자 leecw1103@naver.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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