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언론사찰' 망신살 뻗친 공수처..文 "세계가 인정" 뜬구름

이배운 2022. 1. 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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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아사히·마이니치·도쿄신문 서울주재 기자 통신자료도 조회
日언론들 "언론자유 위협하는 부적절 정보수집 가능성..경위 설명하라"
文대통령 "언론자유 신장된 나라..완전한 민주주의" 낯뜨거운 자화자찬
박범계 '감싸기'·김진욱 '적반하장'..법조계 "사찰 유전자 뼛속까지 박힌 망언"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수처 해체 촉구 피켓을 들고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구잡이 통신기록 조회로 이른바 '언론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일본 언론사 서울 주재 한국인 기자의 통신 정보까지 수집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촛불정신'을 표방하고 "사찰DNA가 없다"고 자신하던 문재인 정권이 일본 언론으로부터도 반(反)민주적 행태를 지적받으면서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3일 온라인 기사를 통해 공수처가 지난해 8월 서울지국 소속 한국인 기자 1명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가입일 등을 조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도쿄신문도 기사를 통해 공수처가 서울지국 소속 한국인 직원 통신기록을 조회했다고 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도 자사 기자가 통신기록 조회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언론사들은 공수처가 정보 수집에 나선 데 대한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국내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언론사는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공수처의 개인정보 수집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수사상의 필요라는 이유만으로는 언론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 공수처의 통신기록 조회 경위와 이유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부적절한 정보 수집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에 조회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공수처의 개인정보 수집 대상 중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자가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출범한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상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 신년사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외신도 공수처의 마구잡이 통신기록 조회를 질타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사태를 외면하고 ‘자화자찬’하며 여론 관리에만 급급하다는 게 법조계의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내놓은 신년사에서 "투명성과 개방성이 확대된 사회, 언론자유와 인권이 신장된 나라가 됐다"며 "세계에서 인정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합류하며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호 공약으로 내세우던 공수처가 언론자유 침해 논란으로 외신의 질타를 받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입장을 바꿔, 일본 정부가 한국 매체 기자의 정보를 캤다고 하면 문재인 정권과 지지자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정권은 우리 언론과 일본 매체들에도 사과해야겠지만, 선거일이 가까워 진데다 그간 기조까지 보면 사과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정부는 언론사찰 논란에 발언을 아끼면서 공식적인 사죄는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사찰 논란에 대해 "(언론에서)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는데, 법원 영장이 발부된 것"이라며 감싸기에 나섰고, 각계에서 들끓는 공수처 폐지론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선 그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언론사찰 논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왜 저희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그러느냐"며 "저희 보고 통신 사찰했다고 하는 것은 과하신 말씀"이라며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권의 독선이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8년 김태우 특별감찰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DNA에는 사찰이 없다"고 일축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우리는 무조건 정의롭고 옳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도 경찰도 통신조회 했으니 공수처는 정상이다'고 말한 것은 '사찰 유전자'가 뼛속까지 박혀 있지 않고서야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이라며 "이왕 이렇게 된 것 앞으로도 통신조회를 이용해 대놓고 사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공수처는 합법을 가장해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국가의 통신을 믿지 못하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이는 독재국가의 언론통제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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