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기시다 내각 경제안보 설계자 "가치관 다른 나라에 인프라 의존은 위험"

최진주 입력 2022. 1.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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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년기획-무기가 된 경제]
<2>경제안보 일본의 대응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 
"일본은 국내생산 80%, '요소수 대란' 없었다 "
"정치적 리스크 있는 나라로부터 수입 축소"
"동맹국끼리 공급망 교류하고 국내 비축"
"문재인 대통령 日에 불필요한 대립 부추겨"
"다음 한국 대통령 나오면 한일 관계 변할 듯"
편집자주
경제가 국가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원 무기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안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폭주하는 건 중국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움켜쥐었다. 미국은 동맹·우방을 끌어들여 핵심전략물자 조달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식량안보’를 내세워 쌀 자급률을 높이던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한국의 대응전략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달 15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한국일보와 경제안보 정책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가치관이 다른 나라에서 기간 인프라 설비를 수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설비 도입뿐 아니라 운영 업체, 하청 업체도 위험이 있는 나라의 자본이 들어가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경제안보 정책을 사실상 설계한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은 '가치관이 다른 국가'라는 키워드를 입에 올렸다. 중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국가와 경제 교류시 위험성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자원들을 움켜쥐고 전 세계 공급망을 위협하는 중국을 민감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아마리 전 간사장은 집권 자민당 내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를 만들고, 좌장으로서 경제안보 정책 논의를 주도한 거물 정치인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말 총선 후 아마리 의원이 간사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자주 만나 경제안보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5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그를 만나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을 낱낱이 들어 봤다.


“일본 주요 부품, 물자 공급망 모두 체크 중”

지난해 11월 29일 중국 산둥성 룽커우항에서 울산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요소 3,000톤을 싣고 있다. 중국발 요소수 대란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주중대사관은 이후 요소를 실은 배가 중국을 출항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주중대사관 제공

-일본은 ‘요소수 대란’을 겪지 않았다. 주요 물자의 수입선 다변화를 하고 있나.

“요소수는 암모니아의 국내 생산이 80%에 달해, 중국의 규제 후 빠듯하긴 했지만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경제안보추진법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그에 앞서 일본에 중요한 기간 물자나 부품의 공급망을 전부 체크해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나라로부터 수입은 최대한 줄이고 동맹국끼리의 공급망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가능한 한 다양한 국가로 수입선을 분산하되, 최소한의 양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비축도 한다.”

-경제안보추진법에서 ‘기간 인프라의 안전확보’란 무슨 의미인가.

“방송·통신, 에너지, 의료, 육상·해상 물류 등 기간 인프라의 부품이나 기계가 어디에서 수입되는지를 전부 업종별로 체크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있는 나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면 동맹국 간 공급이나 국내 조달로 전환을 추진한다. 하청업체에도 위험이 있는 나라의 자본이 들어 있는지 점검한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반발이 있지 않을까.

“모든 물품이 아니라 전략물자, 기간 인프라에 대한 것에만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법에는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는다. 다만 동맹국이나 동지국, 즉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프라이버시라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부터의 공급망을 확립하는 것을 추진한다. 기본적 가치관이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자국 데이터를 바로 (외국에) 넘기면 안 된다는 것 등 자국을 지키기 위한 규칙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반도체 수출 관리는 공격 아니다. 한국이 협의를 거부한 것”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장기화로 인해 한국에 생산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충하는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경제안보에는 공격과 방어적 측면이 있는데.

“상대국에 외교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경제를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일본 해상보안청이 문제를 일으킨 중국 어선을 나포했을 때 중국이 맹렬히 항의하고 희토류 수출을 막았던 전례가 있다. 이게 바로 경제물자를 무기로 사용한 예다. 일본은 조달처를 분산한다든가 희토류 대용품을 만든다든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방어를 해 나간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용하지 않으면 산업이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중요한 기술을 우리가 수출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일본의 무기가 된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 취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관리’ 조치도 공격 아닌가.

“한국에서는 공격으로 생각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반도체 세척하는 재료는 독성이 강하므로 화학무기로 사용될 수 있고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일본과 한국은 관리 체제를 확인하는 협의를 1년 반마다 했는데 한국이 그 회담을 보이콧했다. 제대로 화학무기 따위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양쪽에서 체크하는 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출을 할 수 없다.”


“기시다 정권 잘하고 있어… 한일 관계 개선은 대통령 바뀌어야”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달 15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본보와 경제안보 정책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아마리 전 간사장은 일본 정치권 내 대표적인 우익인사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함께 '3A'로 불리는 유력정치인이다. 그는 국내 현안이나 한일 관계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기시다 총리와 종종 만나는데 그동안의 내각 운영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고 본다. 기시다 총리가 점점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각 지지율도 62% 정도로 올라갔고. 상당히 좋은 숫자다.”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조금씩 양보해 서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나.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불필요한 대립을 부추기거나 하기 때문에, 문 정권에서는 한일 관계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 후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나오면 한일 관계도 다시 변해 가지 않겠나.”

-중국의 안보 위협을 일본이 우려하지만 2022년은 양국 수교 50년이다. 기시다 내각의 중국 정책을 설명해달라.

“기시다 총리는 중국에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하고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시에 총리에겐 일중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서로가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고 본다. 중국과 대등한 관계로서 말이다. 특히 센카쿠제도를 비롯한 영토·영해 문제를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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