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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에서 우주 꿈 키운 UAE, 거침없는 도전 비결은?

우수경 입력 2022. 01. 05. 11:37 수정 2022. 01. 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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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가 구상중인 ‘화성과학도시’ 이미지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바로 중동 국가로는 최초로 화성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옛소련, 유럽연합, 인도에 이어 다섯번째입니다.

2006년 처음으로 두바이 '우주센터(Mohammed bin Rashid Space Centre/MBRSC)'를 세우고 2014년에야 우주 개발 계획을 총괄하는 '우주청(UAE Space agency)'을 설립한 국가가 이같이 빠른 시간 안에 화성까지 도달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UAE는 그 후에도 달 탐사, 소행성 탐사, 거기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화성 거주 계획까지 거침없이 내놓으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우주센터 우주공학 책임자 한국 KAIST에서 10년 가까이 유학, ‘MBZ 위성’개발을 총괄


■ 우주 개발 주역들, 한국 KAIST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지식 교류 가장 중요"

UAE가 우주 개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우주 개발의 기술을 전수해 줄 국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위성을 팔거나 기술을 파는 그런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아니라, 배우면서 함께 연구하고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지식교류(Knowledge Program)'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국가를 찾았습니다"

취재진이 인터뷰한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우주센터 우주공학 책임자는 한국의 기업 쎄트렉아이와 함께하고 KAIST에서 유학했던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UAE 우주개발의 초기 주역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유학했습니다.

옴란 샤라프 UAE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 총괄과 위에도 언급한 아메르 알 사예흐 알가페리 책임자, 모하메드 알 하르미 국장 등입니다.

2009년에 발사된 UAE 최초의 인공위성은 '두바이샛 1호'로 한국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UAE 우주 개발의 '시초'로 한국에서 유학했던 경험과 기술 등을 UAE에 그대로 가져와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른 국가보다 늦게 시작했고, 우주 개발에 대한 기본 틀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만큼 '사람'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자원'이었던 셈입니다.

현재 우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들 그룹으로부터 기술과 지식 등을 직접 전수받았습니다.

UAE는 여러 분야에서 '개방적인' 연구· 개발 ·협력을 추구합니다.

이를 '지식 교류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데, 직접 가서 또는 초빙해서 배우는 걸 주저하지 않고 그 배움을 통해서 오랜 기간 같이 연구를 해 나갈 수 있는 파트너 개념의 국가를 찾은 뒤 꾸준히 교류를 이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실제로 UAE는 받아들이는데에만 개방적이지 않고 알게 된 지식을 전 세계와 공유하는데에도 적극적입니다.

우주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UAE는 '아말' 탐사선의 성공적인 화성 궤도 안착 후에 '아말'이 보내온 데이터들을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다른 프로젝트에도 해당됩니다.

■ 두 번째 자체 개발 위성·달 탐사·소행성 탐사 등 거침없이 도전

아랍에미리트의 우주 개발 일정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2018년 첫 번째 자체 개발 위성 칼리파샛(Khalifa Sat)을 발사했고 2019년에는 첫 우주인을 탄생시켰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두 번째 자체 개발 위성 엠비젯샛(MBZ Sat)은 내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오는 8월에는 달 탐사 로버 '라시드'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입니다.

라시드는 모든 것이 UAE 자력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달 탐사 로버인데 '꿈의 호수'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 착륙한 뒤 열흘 동안 달 표면의 먼지 등을 수집해 분석하게 됩니다.

바퀴는 서로 다른 물질들을 사용해 만들어졌는데, 달 먼지가 어떤 물질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장치입니다. 또 밤에는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지는 달의 온도에서도 급격한 변화없이 움직일 수 있는 기술도 적용됐습니다.

대규모 소행성 탐사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2028년부터 2033년까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7개를 탐사하는 프로젝트인데, 최종 목표는 소행성 착륙입니다.

■ "2117년에는 화성에 도시 만들 것…지구 문제 해결에도 도움"

UAE가 그리고 있는 가장 큰 목표는 화성 거주 계획입니다.

2117년에 화성에 도시를 만들어 거주하겠다는건데,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 등이 거론한 적이 있지만 다른 어떤 곳에서도 국가 차원에서는 추진된 적이 없는 계획입니다.

그런 만큼 다소 황당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UAE의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일단 사막에 화성을 그대로 구현한 화성 과학 도시(Mars Science city)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화성과 대기, 기온, 중력 등 모든 조건을 화성과 똑같이 만들어 그 곳에서 화성 거주 계획을 연구하겠다는 겁니다.

이같은 계획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UAE는 화성 거주 프로젝트는 단순히 '화성에 살겠다'는 목표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구와는 다른 조건에서의 생활 환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먹거리를 어떻게 준비할지, 대기는 어떤 조건으로 유지되어야 할지, 토양과 물은 어떻게 공급할 지 등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구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100년 후를 바라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100년 동안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입니다.

■ 석유시대 탈피…민간기업 참여↑, 젊은 인재 적극 발굴

UAE의 모든 우주 탐사 계획들은 궁극적으로 석유를 벗어나 경제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다른 성장 동력을 찾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 주도에서 점차 민간 기업들로 파생되어 가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만드는데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넓히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정보를 바탕으로 각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끌어 갈 젊은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입니다.

이는 우주 프로젝트와 정책을 총괄하는 사라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우주청장이 30대 여성이라는 점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국가가 우주 산업에 '거창하게' 앞장서 뛰어들고,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UAE 대학 내 공학, 수학, 과학 전공생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2006년에 세워진 두바이 우주센터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8~29살입니다. 30살이 채 되지 않습니다.

UAE 우주 1세대들은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유학했지만, 2세대는 UAE에서 공부한 국내파들이 많습니다.
달탐사 로버 '라시드'의 제작을 책임지는 살렘 알 물라, 온도 조절을 책임지는 열공학자 림 알 메헤스니 등은 모두 UAE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특히 여성 인력 채용도 적극 권장하는데 우주센터 전체 구성원의 45% 정도는 여성이며, 특히 연구팀의 경우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이같은 구조는 우주 개발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구 950만 명의 '작은'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큰' 우주에 대한 과감한 도전은 '전통적인 우주 강국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가 이제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우주 시대'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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