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원장의 폭언..끊이지 않는 병원 내 괴롭힘
[앵커]
최근 경기도의 한 치과에서 원장이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젊은 간호사가 '태움'을 호소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후에도 병원 내 괴롭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치과입니다.
최근 이 병원 원장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직원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마취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원장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치과 원장 : 이 XXXX들이 좀! 수술은 제일 먼저 마취야. (네.)]
특정 간호사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며, 여러 직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기도 했습니다.
[치과 원장 : 신환(새로 온 환자)을 불손하게 아무 말도 처하지도 않고 XX 스케일링 한다고 저 XXXX처럼 스케일링만 하고 저 앉아 있는 저런 애를 갖다가 신환을 붙여가지고….]
평소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지시도 빈번했다는 게 직원들 주장입니다.
[내부 직원 : 직원들에게 수시로 물 떠와라, 휴대폰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기 일쑤인데요. 인권이 짓밟히는 느낌이고, 직원도 누군가의 가족인데….]
원장은 폭언과 욕설은 모두 인정하지만 사적인 지시는 없었고, 어려운 수술을 반복하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병원 원장 : 그 케이스들이 전부 다 고난이도에서 1mm가 잘못되면은 신경이 마비되고 심한 경우는 산소 호흡이 되면 진짜 죽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거든요, 물론 죽은 사람은 없지만…. 너무나 과중한 업무를 매일 해서 스트레스에 꽉 차 있는 건 맞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걸 고치려고….]
이처럼 폭언·폭력 등 하급자를 향한 직장 내 괴롭힘은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학병원 신규 간호사가 '태움' 피해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후에도 병원 내 뿌리 깊은 관행은 바뀌지 않는 겁니다.
지난해 의료노조가 의료노동자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5명 가운데 3명 가까이가 1년 동안 따돌림이나 감시 등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괴롭힘 가해자가 의사나 상급자 등 병원 내 구성원인 경우도 20%를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괴롭힘을 당연시하는 의료계 일부의 인식이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권호현 / 직장갑질 119 변호사 : 일각에서는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사람 생명을 다룬다고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노조는 간호사 한 명이 너무 많은 환자를 맡아야 하는 과도한 노동환경을 본질적인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오선영 /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 한 명이 실수하거나 일을 놓치거나 하면 다 같이 문제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있어서 저희는 일단은 간호사 인력을 더 충원해라….]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9월 정부와 논의를 통해 야근 수당을 지급하고 교육 전담 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급병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은 합의에서 빠졌고, 의료 인력 충원도 2023년까지 적정 수준을 논의해 나가기로 해 근무 여건이 개선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특히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병원 내 뿌리내린 관행을 바꾸려면 의료계 구성원 스스로 욕설과 폭언 등을 괴롭힘으로 보고 금기시하는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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