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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억 횡령 직원 체포.. 건물 3채 증여, 금괴도 샀다

김민기 기자 입력 2022. 01. 06.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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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6일만에 자기 건물에 숨어있다 붙잡혀.. 한달 전부터 재산 정리

국내 1위 임플란트 제조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원을 횡령한 재무 담당 팀장급 직원 이모(45)씨가 5일 밤 경찰에 체포됐다. 회사 측은 지난달 31일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그는 전날인 30일 사직서를 내고 이날까지 잠적한 상태였다. 그는 횡령한 돈으로 작년 10월 코스닥 기업 주식을 1430억원어치 사들였다가 11~12월 6차례에 걸쳐 매각한 ‘파주 수퍼개미’로도 알려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직원 이씨는 잠적 6일 만인 이날 오후 9시쯤 경기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4층짜리 건물에서 체포됐다. 건물 내 빈 방에 숨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잠적하기 전인 지난 12월 초부터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 3채를 아내와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각각 한 채씩 증여도 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여동생 등과 일종의 ‘가족 회사’도 꾸리고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이 회사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잠적에 대비해 이런 일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지난 12월 중순부터 파주의 한 금거래소에서 6차례에 걸쳐 1㎏짜리 금괴 851개(681억원 상당)를 샀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가 원래 1000㎏어치를 사겠다고 했다. 실제 돈이 있는지 그 사람 계좌를 확인했는데 1000억원이 있어서 믿었다”고 했다. 또 “그가 6번 왔는데 그때마다 승합차를 갖고 와서 작을 때는 금괴 50여 개를, 많을 때는 200개를 차에 싣고 갔다. 1월에 또 온다더니 안 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잠적하기 전인 지난 12월 9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도 파주시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아내 박모(45)씨에게, 이 건물에서 1.2㎞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4층짜리 건물은 같은 날 여동생 이모(42)씨에게 증여했다. 이씨가 이 건물 소유권을 확보한 건 2015~2016년이었다. 그는 또 처제 부부에게도 지난 12월 21일 또 다른 4층짜리 건물을 증여했다. 그가 증여한 건물 3채에는 총 11억여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는데 12월 27일 모두 말소됐다. 파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 일대 4층짜리 건물은 현재 15억~16억원 안팎에 거래된다”며 “근저당이 풀린 건 건물 살 때 빌린 돈을 갚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원 이씨가 잠적 전 신변을 정리한 정황은 또 있다. 그는 여동생, 그리고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과 일종의 ‘가족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월 설립된 것으로 법인 등기상 경영 자문업·시스템 통합 사업 등을 하는 회사로 돼 있다. 이 건물 △△호가 주소지라고 했지만 이날 본지 기자가 가보니 해당 건물에는 △△호가 아예 없었다. 그는 애초 이 회사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으나 잠적 한 달 전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돼 있다. 현재 이 회사 대표이사는 여동생 이씨다.

경찰은 체포한 이씨를 상대로 횡령 자금 사용처, 금괴의 소재 등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씨가 산 금괴는 몰수가 가능하지만 증여한 주택의 몰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범죄행위로 취득한 재산만 몰수할 수 있는데, 이씨가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은 2015~2016년 전후라 횡령 시점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판사는 “이씨가 횡령금으로 담보 대출을 갚았어도 ‘소유권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몰수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 측에서 이씨 가족을 대상으로 ‘사해 행위 취소’ 청구를 할 수는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씨가 범행이 발각될 무렵 가족에게 명의를 이전한 행위를 채권자인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 행위’라고 보고 법원에 취소를 청구하는 것이다. 이게 받아들여지면 부동산 명의가 이씨에게 다시 돌아와 회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일부라도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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