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줄 로열티 350억 아꼈다"..한국 과일 열풍 이끄는 딸기
日품종 일색이던 딸기 시장
매향·설향 개발로 대반전
지난해 국산 보급률 96%
로열티 절감액만 350억원
동남아선 '명품 과일' 대접
그러나 한국 딸기 시장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아키히메(장희)·레드펄(육보) 등 일본 품종에 시장점유율 98% 이상을 허용하는 등 '일제 치하'에 있었다. 반전은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산하 딸기연구소가 매향(2002년)과 설향(2005년)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둘을 뿌리로 한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96.3%까지 올랐다.
최근 충남 논산 딸기연구소에서 만난 김현숙 딸기연구소 육종팀장은 "딸기 품종 국산화는 종자 주권 확립 같은 대의(大義) 달성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며 "일례로 2002년 한국이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하면서 일본이 딸기 한 포기당 5원씩 매년 30억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그런데 매향·설향이 보급되면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약 350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딸기는 현재 단일 채소 작물 중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딸기 생산액을 1조2270억원으로 집계하면서 2005년 대비 1.9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채소 생산액 약 11조2000억원 중 10.9%에 달하는 수치다. 김 팀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1위(84.5%)를 기록한 설향 한 품종만 보더라도 출시 후 현재까지 6조4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2009년부터 딸기연구소 육종팀장으로서 신품종 개발과 출시한 품종의 개량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1992년 충남농업기술원에서 딸기와 감자, 마늘 등 다양한 작물의 우량묘를 보급하는 사업으로 경력을 시작해 2006년 딸기연구소로 소속을 옮겼다. 딸기연구소는 지역 특화 시험장으로 1994년 출범했다. 그는 설향의 품종 개량 연구를 시작으로 숙향(2012년), 킹스베리(2016년), 써니베리(2017년), 두리향(2017년), 비타베리(2019년) 등 신품종을 개발했다.
딸기 품종 개발은 딸기 씨앗을 인공 교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맛이 좋은 딸기와 과육이 단단한 딸기가 있다면 둘을 교배해 맛도 좋고 단단한 딸기 품종의 탄생을 유도하는 식이다. 김 팀장은 "매향과 설향도 일본산 딸기를 교배해 만들었다"며 "딸기 하나에는 200개 남짓한 씨가 있는데 각각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새로운 품종 개발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품종 딸기를 개발하는 과정은 농사의 특성상 지난하다. 김 팀장은 "한 품종을 새로 개발하는 데 최소 5년, 길게는 9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신품종을 농가에서 상품으로 키우고 수익성을 높이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면 추가로 10여 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한국 딸기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딸기연구소가 개발한 하이베리와 비타베리 등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김 팀장의 향후 목표는 우수한 유전자원 확보다. 그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시장에서 요구하는 딸기의 특성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딸기의 병저항성 강화 등을 비롯해 딸기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딸기 농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논산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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