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흔들 기회 엿보는 북, 후보 지지율 따라 전략 바꿀 듯

최익재 2022. 1. 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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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대선 D-60, 사활 건 진검승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7~31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대통령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 변수’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북한 이슈는 ‘북풍’으로 불리며 대선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하곤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일각에선 예전에 비해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대선 막판에 북한이 어떻게든 행동에 나설 경우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북한이 최근 대외 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난 공세를 부쩍 강화하는 것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북한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말 “선거판이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쪽대본 막장 대선’이 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대선후보들의 가족 논란을 둘러싼 여야 사이의 비난 공세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면서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직접 겨냥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향해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더욱 비판 수위를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북한 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 후보를 ‘푹 썩은 술’, 윤 후보를 ‘덜 익은 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막 섞은 술’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에 대한 비난을 통해 차기 집권 세력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대선이 임박할수록 북한의 개입 시도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진보 결집시키는 북한 변수=역대 선거에서 북한 관련 이슈는 ‘양날의 칼’로 작용해 왔다. 군사적 도발 등 부정적 성격을 띨 경우엔 보수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한 반면 남북 화해 등 긍정적 신호를 보낼 때는 진보 진영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곤 했다.

그런 만큼 역대 대선 때마다 북한 이슈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적잖았다. 보수 세력이 집권했던 시기에 실시된 1980~90년대 대선 때는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이선실 간첩단 사건,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 월북 사건과 총풍 사건 등 부정적 이슈들이 크게 부각됐다. 이에 비해 2000년대 16·17대 대선 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정상회담 등 긍정적 이슈들이 표심을 자극했다. 이어 2010년대 18·19대 대선에선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위협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북한 변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종전선언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북한이 전혀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아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시도 또한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아직까진 북한이 기존의 침묵 모드에서 벗어나 종전선언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선뜻 호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하지만 여전히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대선 막판까지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어지는 북한의 ‘전략적 침묵’=북한은 지난해 12월 27~31일 조선노동당 전원회의를 연 뒤 대외 관계에 대한 결론을 지난 1일 공개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짧고 원칙론적인 메시지였다.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밝혔을 뿐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줄곧 대미·대남 문제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태도와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돼야 한다”며 한·미 양국의 전향적 조치를 요구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논의된 전술적 방향은 당분간 남북 또는 북·미 관계에서 선제적 행보에 나서는 대신 한·미의 향후 행동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그런 만큼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의 대선은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메시지 언제 나오나=전망은 엇갈린다. 대선 전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란 예측도 있는 반면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만약 북한이 대외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낸다면 다음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주년 생일(광명성절)이고 그에 앞서 다음달 6일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린다.

북한은 광명성절 75주년을 앞둔 2017년 2월 12일 북극성-2호를 시험 발사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5일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새해 첫 무력시위에 나선 상태다.

반면 코로나19 차단과 경제난 극복이 당면 과제인 만큼 대외 메시지를 낼 여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일각에선 보수 정권을 원하지 않는 김 위원장이 굳이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감행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중국의 입장도 변수로 꼽힌다. 남 교수는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대화 메시지를 낼지,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일지 등 북한의 막판 대남 전략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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