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황제소금' 뺨치는 신안 소금밭 비명..태양광이 밀어버렸다 [e슐랭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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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값 바닥 치자…염전 곳곳에 태양광…”
국산 천일염은 전남 신안에서 나온 것을 최고로 친다. 세계 최고의 천일염이자 ‘황제의 소금’이란 별명을 가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과 맞먹는 품질 때문이다. 천일염은 김치·장·젓갈류의 필수 식재료라는 점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역사적 가치도 높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모은 뒤 햇빛과 바람의 작용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것을 말한다. 정제염, 재제염 등 다른 소금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월등히 높다. 그중에서도 갯벌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을 으뜸으로 꼽는다.
신안 갯벌 천일염은 육지에서 50㎞ 떨어진 염전에서 서해안 바닷물을 담수 정화하고 햇빛·갯바람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생산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천일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신안군 안팎 염전업자들의 이야기다. 염전을 중심으로 신안 곳곳에 ‘태양광 건설 바람’이 불면서 예기치 못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신재생에너지 바람에…염전수난 시대
임자도에서 30년 동안 염전을 해왔다던 염전업자 A씨는 공사현장을 가리키며 “임자도에서 가장 큰 염전이었지만, 친(親)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태양광 시설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천일염을 만들어온 염전업자들은 “임자도뿐만 아니라 수년 사이 신안 지역 곳곳의 염전 상당수가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뀌는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안 천일염, 전통·품질·역사 풍성
신안군에 따르면 2018년부터 내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는 2066건으로 면적 기준 1417만㎡(428만평) 규모에 달한다. 신안군 관계자는 “3년간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중 60% 상당이 염전을 대상으로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적 기준 신안군 내 염전 규모는 현재 2593.6ha(2539만㎡·837개)로 이 중 2386ha(2386만㎡·773개)가 실제 가동 중이다. 신안군의 설명대로라면 염전 허가 면적은 850만㎡에 달하는 수치로 전체 염전 면적의 33%에 달한다.
태양광 허가가 늘어나는 동안 염전 숫자도 꾸준히 줄어 ▶2018년 885개 ▶2019년 871개 ▶2020년 857개 ▶2021년 837개 등 50여 개의 염전이 사라졌다.
3년 태양광 허가 60%가 염전…50개 사라져
이익공유는 이른바 ‘태양광 연금’ 형태로 발전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위치한 가구는 1인당 매년 204만 원, 1㎞ 이내는 136만 원, 1㎞ 이상은 68만 원을 배당받는다. 지난 4월 안좌·자라도를 시작으로 섬 주민 6500여 명이 1인당 11만 원~51만 원을 받았다.
신안군이 나서 지자체 주도형으로 태양광 집적화 단지를 만들고 주민들의 수익을 보장하면서 태양광 발전업자와 갈등의 폭을 줄이는 것이 친(親) 태양광 정책의 취지다.
명품 소금 만든 풍부한 일조량…태양광 '군침'
신안 주민들과 염전업자들은 “태양광 시설이 염전을 밀어내면서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 천일염값이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도 “염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염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천일염 1포대(20㎏)의 산지 도매가격은 2만 원이었다. 1년 전인 2020년 12월 9500원, 그해 1월에 4500원 선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5배가량 값이 뛰었다.
“염전 줄이자…천일염값 급등 등 부작용”
염전업자들이 태양광에 눈을 돌렸던 이유는 낮은 천일염가격 때문이었다. 2019년 8월 신안지역 천일염 도매가격은 1포대에 3000원 수준이었다. 염전주인들이 염전 1판을 빌려주고 소금 6000포대를 받아 팔면 연수익이 1800만 원에 불과할 정도였다.
2019년 5월에는 천일염 가격이 2000원 수준까지 폭락하자 신안군의 모든 염전이 15일간 생산을 멈추기도 했다. 염전업자 B씨는 “천일염값이 바닥 치던 1~2년 전이면 태양광 임대가 이득이었지만, 염전이 줄면서 천일염값이 급등했다”며 “가격이 적당히 오르면 좋지만,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천일염 대란이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천일염 가격에 대외적인 영향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염업조합 관계자는 “염전 수 감소가 천일염 가격에 영향을 미친 데다 일본 원전수 방류와 오랜 장마 등으로 천일염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격 바닥 쳐 태양광 주목받았는데…
임자도에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30여 가구 규모의 신명마을이 그중 하나다. 이곳 주민 C씨는 “태양광 발전시설 사업자나 신안군 등이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코앞에 들어선다는 설명이 없었다”면서 “주민들이 무슨 뜻인지도 제대로 모를 ‘100MW급 태양광 발전시설에 동의한다’는 주민동의서에 서명하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염전업자 법적 대응 움직임도
임자도의 한 염전업자는 “염전 옆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천일염 생산에 필수인 햇빛과 바람이 가로막혀 천일염 생산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염전을 빌려 소작하는 임차인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금만 받고 신안을 떠야 할 판”이라고 했다.
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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