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日석학의 고백 "우린 삼성 따라갈 수 없어.. 韓 국제사회 지도자 역할 할 것"

MBC라디오 2022. 1. 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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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 유키오 교수>
- 20년 후 일본, 한국에 추월당할 것
- 지난 20년 일본은 정체, 한국은 높은 성장률 기록
- 日 부진 vs 韓 약진, 원인은 中 공업화에 대한 대처
- 일본은 엔 가치 하락 선택, 한국은 생산성 높이기 선택
- 코로나 재정 지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해야
- 한국, 빠른 매출 확인 어떻게 했는지 궁금
- 저출산 고령화 사회, 외국 노동력 적극 받아들여야
- 한일 관계 회복,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교류 늘려야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 진행자 > <시선집중>이 2022년 새해를 맞아 해외로 시각을 넓혀봅니다. 일본에서 한국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G7에 일본 대신 한국이 들어간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전망인데요. 일본 대장성 출신의 석학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의 전망입니다. 이 전망의 근거, 그리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 노구치 교수로부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지난주 금요일에 사전 녹음됐다는 점 밝혀드리면서 지금부터 인터뷰 함께 하시죠.

노구치 교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노구치 유키오 > 안녕하십니까? 노구치 유키오입니다.

◎ 진행자 > 새해 맞아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노구치 유키오 >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계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인사드리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최근 기고한 칼럼들에서 20년 후에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다, 이렇게 전망하시면서 OECD의 2040년 1인당 GDP 예상 수치를 제시하셨는데요. 혹시 그것 말고 다른 근거를 제시해주실 수 있을까요?

◎ 노구치 유키오 >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일본은 계속해서 정체돼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성장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GDP의 성장률이라든지 생산성과 같은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있는데 이런 많은 경제지표에서 한국의 최근 성장세는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1인당 GDP가 곧 일본을 넘어설 것이고 그 결과 전체 GDP 자체도 한국의 숫자가 일본과 가까워질 것이란 예측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은 경제가 정체돼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매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진행자 > G7에서 일본 빼고 한국을 넣자고 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G7을 G11로 개편하면서 여기에 한국을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였지만 일본이 강하게 반대한 바가 있었거든요.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가 시대역행적이라고 평가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 노구치 유키오 > 한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서 국제적 지위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제기관이나 여러 가지 국제적 활동에서도 굉장히 큰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회도 증가하고 있고요.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한국이 국제적으로 지도자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될 것이란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이 이런 다양한 국제적 모임에서 함께 협력해 아시아의 대표로서 함께 세계를 주도해나갈 수 있다면 대단히 훌륭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일본의 부진, 그리고 한국의 약진,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진단하시는지 궁금한데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을 대비해주신다면?

◎ 노구치 유키오 >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공업화에 대한 양국의 대처, 대응의 차이를 꼽고 싶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1990년대부터 중국이 공업화에 성공하면서 그때까지 선진국이 만들어놓았던 제조업 분야의 제품들을 대단히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이 시점에서 일본이 취한 행동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가격경쟁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즉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품을 내보낸다면 일본도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이에 대응하자, 기본적으로 이런 전략을 취한 것이죠. 이 때문에 일본은 통화, 즉 일본 엔을 싸게 평가절하하는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수단을 써서 엔의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수출가격을 가능한 한 낮추는 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취하면서 일본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 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거나 하는 노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본이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가 정체되기 시작하는 원인을 이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했느냐,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통화를 싸게 해서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 생산성 자체를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더욱 높게 하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그 결과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도 상승했고, 원화의 가치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과가 20년간 지속돼 오면서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가져다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 공업화에 성공했고, 그에 따른 일본과 한국의 대처가 서로 달랐다, 이것이 20년을 지나오면서 이런 차이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교수님께서는 일본이 디지털 대응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하셨던데요, 그런데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서 일본의 몰락은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우수인력을 빼갔기 때문이란 진단이 일본 안에서 나온 바가 있습니다. 일본의 유력주간지인 슈칸신초의 인터넷판에서 이런 보도가 있었던데요. 이런 시각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노구치 유키오 >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아주 옛날, 1980년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한국에는 삼성과 같은 기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중에 하나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첨단반도체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죠.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는 현재로선 절대 삼성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지금의 삼성은 시가총액도 일본의 전자회사의 어느 기업보다도 우위에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일본의 전자회사는 삼성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2010년에 일본에서 ‘타도 삼성’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요. 그 사이에 삼성은 계속 기술력을 높여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이런 큰 차이가 생긴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코로나 상황에서의 국가재정 역할, 이것에 대한 교수님 견해가 궁금한데요. 일본의 경우는 영업제한을 당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정액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에 반해서 한국 정부는 매출 감소분을 따져서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고 정액지원도 얼마 전에 100만 원에 그쳤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런 재정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노구치 유키오 > 코로나 때문에 많은 국가가 여러 가지 지원금을 마련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말씀 주신 것처럼 자영업자 손실에 대비한 지원을 한 적도 있었는데요. 금액적으로 가장 컸던 것은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엔씩 균일하게 지원을 해줬습니다. 이게 굉장히 컸습니다. 국민 한 명에게 10만 엔이기 때문에 전체로 약 13조 엔을 지급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불필요한 지출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시기이지만 사실 많은 세대들, 특히 근로자들 소득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균일하게 나눠주었느냐 하는 부분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은 매출을 기준으로 지원했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 부분이 반대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른 지원에 되기 위해 매출이 어느 정도 줄었는지 이런 것들을 먼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런 파악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소득이 줄어든 사람이든 줄어들지 않은 사람이든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눠줬다라는 부분에서 저는 불필요한 지출이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이렇게 빠른 시간에 매출을 파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매출을 어떤 식으로 파악했을지 궁금하고 관심 갑니다.

◎ 진행자 > 한국 일부 인사들은 국가재정 확장이 국가부채를 늘리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 이렇게 지적하고 있어요. 반면에 다른 인사들은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의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는데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큰 규모의 재정확장 정책을 펴왔던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가 좀 궁금하네요.

◎ 노구치 유키오 > 일본의 국가재정이 국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채 잔고가 지금 1000조 엔이 넘는데 이는 GDP의 2배 정도가 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채가 증가한 것은 재정확장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한 것입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났지만 이에 맞춰 세금이나 사회보장비용을 올려 받긴 어렵기 때문에 국채에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의 국채증가란 것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사회보장비용의 증대가 원인입니다. 한국의 경우 인구의 고령화가 아직은 일본만큼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사회보장비용에 대한 증가에 대한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나갈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진행자 > 관련된 질문일 것 같은데요, 일본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시면서 그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그리고 아시아 국가와의 임금 격차 소멸, 이걸 드셨던데 이로 인해서 일본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이렇게 내다보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가 국가적 해결과제로 부상해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어떤 정책 수단이 강구돼야 하신다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하네요.

◎ 노구치 유키오 > 인구가 고령화된다, 그리고 노동력이 줄어든다라고 하는 부분의 대비책은 역시나 외국에서 노동력을 들여오는 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전형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죠. 미국은 아직 국민이 그다지 고령화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인 나라인데요. 일본은 지금까지 외국인 노동력의 도입에 굉장히 소극적인 나라였습니다. 저는 노동력이 이렇게 부족한 상황인데도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외국에서 들여오는 노동력에 대해선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적극적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이 노동력이 부족해졌을 때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노동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행할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한국과 일본의 관계회복, 이걸 위한 모멘텀 마련이 정말 절실한 때인 것 같은데요. 그게 경제적인 측면이든 아니면 정치적인 측면이든 아니면 문화적인 측면이든 그 계기가 될 수 있는 게 뭘까요?

◎ 노구치 유키오 > 한국과 일본의 관계회복은 제가 볼 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교류를 많이 증가시키는 것, 이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학생은 학생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많은 국민 레벨에서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와 정부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인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것, 그러면서 서로 사고를 이해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넘어선 커뮤니케이션이 이제 기술로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런 도구를 활용해서 한 사람 한 사람 또는 그룹과 그룹이 서로 이해하는 폭을 넓혀갔으면 합니다. 이런 것들이 많아지면 차차 한국과 일본의 관계 또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희망합니다.

◎ 진행자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어야 될 것 같네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수님.

◎ 노구치 유키오 >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지금까지 노구치 유키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였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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