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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F-35A 초유의 중대 결함, 내달 조사 착수..시간 끌기 하나

김태훈 기자 입력 2022. 01. 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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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공군 F-35A 1호기. 2018년 미국 아리조나 루크 공군 기지에서 시험비행에 앞서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지난 4일 항공전자장비 이상으로 동체 착륙한 우리 공군 F-35A에 대한 사고 조사가 다음 달에야 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측 조사단이 이르면 이달 말 입국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 공군의 F-35A 전력 전체의 전력이탈은 물론이고, 사고 전투기도 봉인됩니다. 미측 조사단이 사고 한 달 만의 입국으로 시간 허비하는 점, 석연치 않습니다.

F-35A는 복잡한 소프트웨어들이 실핏줄처럼 연결된 최첨단 항전장비의 결정체입니다. 이런 항전장비가 모조리 셧다운(shut down) 됐고, 엔진과 조종간만 간신히 살아남은 사실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됐습니다. 초유의 중대 결함입니다. 소프트웨어의, 소프트웨어에 의한 5세대 전투기 F-35A의 악명 높은 기존 소프트웨어 결함에, 유례 없는 항전장비 셧다운이 추가됐으니 앞길이 막막합니다. 조사를 시작한들 결함이 중대해서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입니다. 어느 하세월에 F-35A가 작전 재개할지 누구도 장담 못 합니다.

이 정도면 우리 공군 F-35A뿐 아니라 타국의 F-35A에도 경고등이 켜져야 할 것 같은데 다들 조용합니다. 제조사인 미국 록히드 마틴 측은 공개 성명 한 장 안 냈습니다. 이럴 때가 아닌데 우리 공군은 동체 착륙의 영웅담에 취해 평온한 편입니다. 조사도 사고 한 달 뒤에나 개시된다니 벌써 강자의 시간 끌기 작전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항전장비 완전 먹통…"소프트웨어 결함의 결정판"

우리 공군 조종사가 F-35A 1호기의 항전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고 하루 뒤인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옥철 공군 참모차장이 사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조종사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항공기 이상을 느껴서 엔진, 계기를 점검했다"고 묘사했습니다. 쿵 하는 충돌음이 들렸다는 점에서 조류 충돌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공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해안에서 날아다니는 새라고 해봐야 크기가 그만그만합니다. 서해의 새가 들이받았다고 해서 F-35A가 먹통이 됐다면 대당 1천억 원이 넘는 가격과 최첨단이라는 수식, 20톤 덩치의 음속 비행이 무색해집니다. 외부 요인에 의한 사고라고 하면 록히드 마틴은 두 손 들고 환영할 테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원인입니다.

신옥철 참모차장은 이어 "조종간하고 엔진만 정상이었고 나머지 모든 장비는 작동하지 않았다", "통신도 처음에는 안 됐는데 백업 통신장비를 작동해서 통신했다"고 말했습니다. 백업 통신장비는 전투기와 별도의 기기입니다. 즉 엔진 빼고 항전장비가 모두 셧다운 된 것입니다. 산소 공급도 중단됐고, 랜딩기어를 내리는 전자신호도 끊겼습니다.

몇몇 소프트웨어가 오작동하거나 멈춘 것이 아니라 모든 소프트웨어가 죽은 것입니다. 눈 감고 귀 막은 채 날아만 다니는 한낱 '날틀'에 불과했습니다. 신옥철 참모차장은 "전 세계 F-35A 사고가 5차례 있었다"고 말했는데 이번과 같은 항전 셧다운은 없었습니다. F-35A의 쌓이고 쌓인 소프트웨어 결함의 종합판, 결정판이 지난 4일 사고였을지도 모릅니다. 대단히 무겁게 봐야 하는 사안입니다.

저고도비행 중이라 무탈했지, 몇만 피트 높이였다면 산소 부족으로 조종사와 기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습니다. 조종사 A 소령의 뛰어난 조종술과 용기, 판단력 덕에 동체 착륙에 성공해 다행히 조종사 본인은 물론이고 전투기 손상도 크지 않았습니다. A 소령은 영웅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F-35A의 중대 신규 결함이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말 많고 탈 많은 F-35A에 신규 중대 결함

미국 회계감사국(GAO)의 작년 초 보고서. 2020년 11월 기준 F-35 전체 기종 결함이 반년 전보다 2건 늘어 872건이 됐다.

우리 공군은 당초 차기 첨단 전투기를 60대 도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기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F-35A가 탈락하자 역대 공군 참모총장들이 연판장 돌리며 "스텔스 전투기 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군 당국은 기존 결정을 뒤집고 F-35A 구매를 밀어붙였습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이런 과정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또 F-35A가 워낙 비싸 원래 도입 계획에서 20대는 지우고 40대만 들이는 기행이 벌어졌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었으면 전투기라도 참하면 좋으련만 2년 전 우리 공군의 F-35A 전력화 이후에도 미국에서 결함 보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작년 초 공개된 미국 회계감사국(GAO) 자료를 보면 2020년 5월 F-35 전체 기종의 결함은 870건이었습니다. 반년이 지나면 좀 해소돼야 하는데 같은 해 11월 오히려 2건 늘어 872건이 됐습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으나 기존 결함들이 해결됐다는 뉴스는 없습니다. F-35A가 퇴역하는 그 날까지 결함을 달고 갈 듯 합니다. 여기에다 비행 중 충격음 발산 이후 항전장비 셧다운이라는 새로운 중대 결함이 얹혔습니다.

내달에야 조사 개시…시간 끌기 작전인가

우리 공군 F-35A 1호기가 이륙을 위해 지상 요원의 지시를 받고 있다.

최신형 고급 기종 F-35A가 보기 드문 동체 착륙을 했으니 장안의 관심은 온통 동체 착륙 성공에 쏠려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본질은 동체 착륙이 아니라 새로 불거진 F-35A의 중대 결함입니다. 한 공군 예비역 장교는 "동체 착륙 성공으로 사고기가 손상되지 않아 증거가 완벽하게 보존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조사는 어느 편도 들어주지 말고 칼처럼 냉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한미 공동으로 이뤄집니다. 미측 조사단이 입국해야 시작됩니다. 공군 고위 관계자는 "미측 조사단이 코로나19 방역 등의 이유로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입국한다", "그때까지 사고기는 봉인된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사고 전투기에 손도 못 댑니다. 아무리 코로나19 방역의 사정이 있다고 하지만 한 달의 시간 허비는 미측에 기선을 제압당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F-35A 신규 해외 판매와 업그레이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록히드 마틴은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고가 기체의 치명적 결함으로 결론 나면 록히드 마틴은 큰 타격을 입습니다. 그래서 업계와 군 일각에서는 록히드 마틴이 시간 끌기 하며 대책 마련하고, 공군과 방사청은 이에 끌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한 달 만의 조사 개시는 시간 끌기의 서막이라는 것입니다.

조사에 앞서 벌써 부적절한 만남이 있었다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론으로 유도되는지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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