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차 발표 8일 앞두고..두 아이의 아빠, 현대차 디자이너의 죽음
[뉴스데스크] ◀ 앵커 ▶
현대자동차 남양 연구소는 현대차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1년 4개월 전, 이 연구소 디자인 센터의 한 팀장급 직원이 스스로 생을 정리했습니다.
MBC는 고인이 남긴 기록, 유가족과 여러 동료의 증언, 그리고 회사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그 결과, 이 죽음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죽음이라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과로 자살.
차주혁 기자의 보도로 시작합니다.
◀ 리포트 ▶
2020년 9월 현대자동차가 4세대 투싼을 전세계에 동시 공개했습니다.
[투싼 온라인 공개 행사(2020.9.15.)] "퍼스트 무버, 투싼은 현대자동차 디자인 철학을 완벽하게 반영했습니다."
투싼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던 이찬희 책임연구원.
그는 신차 발표 8일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0살과 7살 남매를 둔 촉망받던 디자이너.
팀장급인 책임연구원으로 승진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로에 시달렸습니다.
밤에도, 휴일에도 일했다고 합니다.
[서은영/故 이찬희 씨 아내]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죽어라 일만 하다가 죽었다고 그렇게 써달라는 거예요. 큰 애가 그 얘기를 듣고 막 엄청 울었어요. 막 아빠 회사 가지 말라고."
이 씨가 부인과 주고받은 메신저 기록.
2019년 11월 17일. 이 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이가 울고 난리야. 주말 어디도 안가고 집에만 있다고. 다음주 어떡해?"
이 씨는 답이 없었고,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속옷이랑 옷 챙겨가라 했잖아. 왠지 이럴 거 같았어. 아이가 아침에도 아빠 찾으며 울었어."
"ㅠㅠ"
나흘 뒤에도 밤을 샜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자고 갈게. 너무 늦었다."
"살아있었구나."
[서은영/故 이찬희 씨 아내] "모든 게 진짜 집에 오면 다 회사 얘기였고, 거의 카톡 내용을 보면은 오늘도 못 오는 거야, 뭐 한 거야."
신차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품평회, 센터장 보고, 디자인 수정 지시가 잦아졌습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1] "최소한의 필요한 시간들이 또 있는데 그런 것들 다 무시하고 5시에 리뷰하고 "내일 아침에 보자. 근데 야근은 하지 마.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니까." 이러면 사실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2020년 1월 어느날 밤.
이찬희 씨는 불쑥 센터장실을 찾아가 면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에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야근하던 동료들 앞에서 크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찬희입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직원2] "그때 다른 사람들 엄청 많이 충격받고 걱정을 했죠. 바로 건너편에 앉아 있어도 안 들리게 얘기하는 사람이 그 공개적인 장소에서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다, 충격적이었어요."
이 씨는 정신과에서 조울증, 심한 우울증, 그리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6개월 간 휴직했습니다.
하지만 복직일이 다가올수록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급기야 한 번도 없었던 가정 폭력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서은영/故 이찬희씨 아내] "진짜 내내 복직에 대한 걱정, 버림받을 거라는 그런 생각도 들고. 뭔가 자기를 이해를 못 한다는 생각이 들면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복직을 한 달 앞둔 2020년 9월 7일, 이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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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 (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31995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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