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추모의 글도 막은 현대차 "개인적 사정, 회사와 관련 없다"

홍신영 2022. 1.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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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고 이찬희 씨가 숨지고 1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그의 죽음은 묻혀 있었습니다.

직장인 온라인 게시판에 추모 글이 올라왔지만 곧바로 삭제됐고 회사 게시판에는 현대차가 아예 추모 글을 올리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 사건을 대하는 현대차의 입장을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 이찬희 씨의 죽음 직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현대차 직원들이 쓴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현대차 소속 디자이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

"정신질환 일으켜 자살까지 가게 하고 모른 척 쉬쉬하는 게 맞는가?"

"디자인센터 자살 공론화시켜주세요!"

하지만 글들은 곧바로 삭제됐습니다.

"현재 당사 라운지(게시판 글) 계속 삭제 중"

"원래 직원 본인 상 당하면 호소문 돌렸는데, 호소문도 없고 쉬쉬하면서 내리는 중."

현대차는 직원 본인이 사망할 경우, 동료들이 내부 게시판에 공식 추도사과 호소문을 올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사회적 풍속을 저해하는 경우 부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들고 나왔습니다.

자살이라 안 된다고 막은 겁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 직원 4] "단순 자살이 아니라 회사 안에서 병을 얻은 거기 때문에 우리가 좀 직원 된 도리로서 해보자 (했는데). 어쨌든 자살이기 때문에 안된다. 그래서 당시 실장이나 지원팀장이나 다 이제 거절을 한 거죠."

결국 동료 253명은 추도사와 호소문을 회사 게시판에 못 올리고, 따로 돌렸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했던 그. 본인이 감당하기에 지나친 책임감으로 병을 얻었고."

호소문에는 "회사의 판단으로 전달 채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죽음이 너무 가슴 아팠기에 이런 방식으로라도 알린다"고 적었습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는 2014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차 개발을 맡은 11년차 책임연구원.

과로와 상사의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자살에 이르게 한 정신질환과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습니다.

6년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죽음.

현대차의 대응은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현대차는 MBC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고 이찬희 씨의 사망에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며, 회사의 조직문화나 시스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자인센터장도 MBC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직원들에게 적대적 언사를 한 적이 없고, 리더로서 고충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디자인센터장은 지난달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고인은 죽기 전에 부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서은영/故 이찬희 씨 아내] "'자칫하면 회사에서 그냥 나 정신병으로 몰아갈 것 같아. 뭔가 지금 잘못돼 가고 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 앵커 ▶

저희는 고 이찬희 씨의 죽음이 그저 현대차 한 기업이나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내일은 그 구조를 분석한 보도로 이어갑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나준영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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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동세 나준영 / 영상편집: 이지영

홍신영 기자 (hs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31997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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