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리 역주행에 '흔들흔들'..한국은 정주행에도 '불안불안'

김혜지 기자 2022. 1.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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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환율 치솟는데..정치권은 "지출확대"
"재정준칙 도입-중장기 재정운용 강화" 목소리 ↑
2022.1.6/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대선판에서 주목받는 공약들이 지나친 포퓰리즘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이와 동시에 외환시장 불안 등 경제 저변에 깔린 불확실성은 다시금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대를 돌파하면서 과거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막대한 재정 투입을 공약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검토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등이 대표적인 비판 소재다.

학계에서는 정치권이 건전 재정을 염두에 두도록 재정 건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준칙과 독립기구 도입을 촉구 중이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재정준칙 활용에 관한 주요국 사례분석'을 보면 전 세계 92개국이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보고서는 재정준칙을 두고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재정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선진국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이 재정관리 수단은 명색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사실 터키의 경우 최근 경제 정책만 따진다면 선진국으로서 평가하기는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올해 정책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할 예정인데,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그에 앞서 금리를 미리 올려놔야 급격한 외화 유출 등에 따른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터키는 오히려 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9월부터 무려 4개월 연속 인하다. 당시 19% 수준이던 터키 기준금리는 현재 14%까지 떨어졌다. 국제적으로 일반적이지 못한 역주행에 리라화 가치는 1년새 절반 가까이 폭락했고, 환율은 거의 2배 폭등했다.

반면 한국은 국제적 상식을 착실하게 따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른 대출부담 등 서민으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한은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추가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이는 경제 선진국으로서 상식적인 대응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역으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터키와 대비되는 '정주행'에도 급격한 환율 변동을 피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

최근 환율 상승의 주된 배경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행보다. 연준은 지난달 자국 내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을 더욱 강력하게 시사했다.

환율 상승은 곧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로도 연결될 수 있고, 환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일부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대외적으로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탄탄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불확실성 확대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확대되는 불확실성에 기폭제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튼튼한 재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양호한 재정 건전성은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도록 하는 버팀목이다.

문제는 우리 재정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재정이 거꾸로 추가적인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2021년 51.3%에서 2026년 66.7%로 향후 5년새 15.4%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묶은 35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쟁적인 '지출 확대' 약속은 우려를 자아낸다. 효과적이지 못한 재정 살포는 자칫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학계에서는 한층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전재정 관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박사는 지난달 한국재정정책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재정은 정치경제의 산물로, 재정당국과 정치권의 인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며 "특히 정치권은 상황에 따른 입장 변화(여당 vs 야당), 여야할 것 없이 확장적 재정지출 경향을 띤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정재정 관리수단으로 한국형 재정준칙과 독립재정위원회 등 대안을 구체화하고, 조기 경보 체계(Early warning framework) 관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착한 부채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들어 착한 부채가 존재한다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비기축 통화국의 경우 낮은 부채 수준에서도 재정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정 박사는 이와 함께 "재정권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정부와 의회의 관계 재구조화' 모색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는 지난달 공개한 '주요국의 향후 재정운용 방향' 보고서에서 "(예산 지출 계획을 마련할 때) 경제·재정 현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객관적 거시경제 전망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중장기 시계의 재정운용계획을 제시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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