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위문편지 문화가 아직도?..난 '명복 빈다'고 썼는데"

김소정 기자 2022. 1.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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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가 여학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위문편지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선비즈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위문편지는 일제의 잔재다. 그때 국가에서 강제로 전선의 황군에게 위문대와 위문편지를 보내게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그건 그렇고,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국군장병들에게 보낼 위문편지를 쓰라고 해서 억지로 썼는데, 그걸 보고 누나들이 배꼽을 잡고 웃더라”며 자신이 쓴 위문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전방에 계신 파월장병 아저씨. (중략) 끝으로 아저씨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글을 두고 진 전 교수는 네티즌과 댓글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정신차려라. 사람 목숨 왔다갔다하는 곳에 있는 군인한테 명복 드립친 게 뭘 자랑이라고 공개된 곳에 올리냐”고 지적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너 아프냐. 너 군대 몇 달 있었냐. 여자들 앞에서나 군대 갔다 왔다고 자랑하고 다니냐. 이게 어디서 깡패질이야”라고 받아쳤다.

이 네티즌이 “미필이고, 다음주에 현역 입대한다. 훈련소에서 총기 수류탄 사고 터져서 젊은 시절에 목숨 잃은 사람 분명히 없지 않은 거 아실텐데, 이게 재미있냐”고 추가 댓글을 달자 진 전 교수는 “미필이냐. 어이가 없네. 너 수류탄 맞은 애 봤냐. 보지도 못한 주제에 추상적으로 잔뜩 부풀려 거짓말 푸는데. 넌 규정 잘 지켜서 얌전히 복무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옛날에 비하면 보이스카웃 캠핑이야. 이게 다 나같은 선배들이 이 나라를 지켜서 그덕에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화도 이루어져서 병영문화가 좋아진 거다. 그러니까 우리한테 감사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여자고등학교는 재학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해 논란이 일었다. 이는 일부 학생이 군 장병들에게 쓴 편지 내용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며 알려졌다. 편지에는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군인 조롱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편지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여고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했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재학생들은 위문편지와 봉사활동 점수가 연계돼 있어 억지로 썼다며, 학교에서 준 위문편지 가이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재학생들의 입장이 전해진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주세요’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위문편지 주의점에 ‘개인정보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 적혀있다. 편지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쓰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위문편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가 학교 측은 12일 밤 학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학교는 “1961년부터 위문편지 행사를 해 왔다며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조국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국군 장병들께 감사하고 통일과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는 의미있는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1학년도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A여고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행사에서도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위문편지 행사를 중단한다는 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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