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매일경제

시도때도없이 '욱'하는 당신..'호르몬 균형'이 깨졌군요

이병문 입력 2022. 01. 13. 17:09 수정 2022. 01. 13. 19:21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호르몬의 건강학

◆ 매경 포커스 / 100세 건강 ◆

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각각 3월과 6월에 실시된다.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개인의 지지 성향과 정치 이념에 따라 갈등과 반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어느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갈등과 분노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결된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거나 화가 쌓이면 공격적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폭력과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사람은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해 자신이 분노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안하고 통합이 어렵다. 최근 위험 수위를 넘어선 빈부 격차와 세대 갈등도 사회 통합을 해치고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통합은커녕 분열을 조장해 악용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풀어보면 우리 사회는 구성원 개개인의 '호르몬 균형'이 많이 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짜증을 잘 내거나 대화 도중에 갑자기 화를 내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은 호르몬 균형이 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호르몬은 자율신경과 함께 60조개 세포로 이뤄진 우리 몸을 제어하는데, '호르몬 불균형'은 작동이 안 된다는 뜻이다.

호르몬은 최근 들어 자율신경보다 주목받는 의학 영역이다. 호르몬은 신체 기능을 비롯해 우리의 감각과 사상, 감정까지도 지배하기 때문이다. 호르몬 균형이 깨진 사람이 많으면 그 사회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개개인도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자율신경은 심장을 움직이고, 호흡하고, 체온을 조절하고, 땀을 흘리고, 음식을 소화하는 생명 유지 기능을 도와준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을 긴장하게 하는 '교감신경'과 반대로 느슨하게 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우리 몸은 태어날 때부터 체내시계가 탑재돼 있다. 체내시계는 지구 자전에 따라 하루 24시간 주기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자연현상에 적응하기 위해 생체리듬을 만들어낸다.

일본 호르몬 대가인 네고로 히데유키 박사('호르몬 밸런스' 저자·스토리3.0 출간)는 "체내시계는 낮에는 교감신경,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위가 돼 활동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다"면서 "호르몬도 마찬가지로 체내시계에 따라 작동하도록 돼 있다. 낮은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세로토닌 호르몬, 밤은 낮 동안 혹사로 피로해진 몸과 상처 입은 세포의 회복을 위한 멜라토닌 및 성장호르몬이 활약하는 귀중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몬의 어원은 그리스어 'hormao(자극하다, 불러일으키다)'로, 1905년 처음으로 '호르몬'으로 표현됐다. 호르몬은 3000여 개로 추정되고 있고 그중 아는 게 80~100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호르몬은 뇌의 송과체라는 곳에서 멜라토닌, 갑상샘에서 갑상샘호르몬, 췌장에서 인슐린, 부신에서 부신피질호르몬, 고환(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난소(여성)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주로 우리 몸의 내분비관에서 합성·분비돼 체액, 혈액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며 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포터' 역할을 한다. 최근 지방 및 근육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화학물질인 호르몬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호르몬의 분비 물질 종류와 정상적인 작동 여부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 건강 상태, 젊음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평소 괴팍스럽게 소리를 질러대던 남편이 어느 날 마치 순한 양처럼 유순해지고, 심지어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면? 또한 늦가을에 낙엽만 봐도 눈물이 떨어질 정도로 감성적이었던 아내가 성격이 괄괄해지고 목소리가 드세졌다면? 이는 병이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많아진다. 여성은 이와 반대로 여성호르몬이 줄고 남성호르몬이 증가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주차를 잘하는 이유도 우뇌 성장을 발달시키는 남성호르몬 때문이다. 우뇌에는 공간을 인지하는 중추가 있어 남자가 방향 감각과 공간 인지능력이 뛰어나다.

첫눈에 반해 0.1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면? 이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사람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90초에서 4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도파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도파민, 펜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 4가지다. 도파민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지극히 감성적인 호르몬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만 떠올려도 괜히 기분이 좋아져 웃게 되고 행복해진다면 도파민 때문이다. 펜에틸아민은 초콜릿을 먹었을 때와 비슷함을 느끼는 호르몬으로, 애정과 사랑을 솟게 한다. 옥시토신은 포옹, 키스 등의 신체 접촉을 했을 때 분비가 급격히 늘어나 사랑하는 상대와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을 준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예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옥시토신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우리가 슬픔과 통증을 잊게 하고 쾌락,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불같은 사랑이 식어 이별과 이혼을 하는 것은 호르몬의 '유통기한' 때문이다. 사랑의 호르몬은 18개월에서 30개월쯤 지나면 영향력이 감소된다고 알려져 있다.

화나 분노로 인해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되면 코르티솔이 대량 분비돼 노화가 빨라진다. 악담과 저주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 계열의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 계열 호르몬이 많아지면 행복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우리 몸은 안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부정적인 사고는 '호르몬 낭비'로도 이어진다. 어떤 일로 고민하느라 심한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혈당치가 올라가고 면역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DHEA(항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젊음의 호르몬'으로 불림) 계열 호르몬에 부담을 준다.

적당한 스트레스, 즉 '좋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몸 안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성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성장호르몬은 20대 이후 10년마다 14.4%씩 줄어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성장호르몬이 줄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떨어져 체지방량이 늘어난다. 특히 복부비만이 생겨 인슐린 저항성과 함께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과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처럼 호르몬에는 생로병사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이와 함께 나 자신과 가족, 사회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소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웃음과 즐거움은 천 가지 해로운 것들을 막아주고 수명을 늘려준다"고 역설한 바 있다. 불신과 갈등이 만연한 요즘, 호르몬이 즐겁고 행복하게 작용하려면 결국 우리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