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北 잇딴 미사일 도발에 결국 제재 카드 꺼냈다

박현영 입력 2022. 1. 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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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재무부, 러시아와 중국서 활동
북한인 6명, 러시아인 1명 제재..中 빠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2일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인 6명 과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결국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경고를 보내면서, 무기 프로그램 진전을 막기 위해 대응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까지 추진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2일(현지시간) 안보리에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추가 제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트위터에서 "북한은 2021년 9월 이후 탄도 미사일 6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각각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이에 따른 유엔 제재를 제안했다고 알렸다.

추가 안보리 제재는 별도의 새로운 결의안 통과보다는 미국이 이날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인과 러시아인, 러시아 기업을 안보리 제재 명단에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제재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관여한 북한인과 러시아인, 러시아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 관련 대북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 있는 개인 7명과 기관 1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무부가 북한인 1명, 러시아인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북한인 5명을 지목했다.

재무부는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OFAC는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의 물품 조달 책임을 맡은 북한인 5명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북한, 러시아서 北 미사일 기술 핵심 조달"

국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에 본거지를 둔 북한인 오용호는 적어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해 제3국으로부터 아라미드 섬유, 스텐인리스 강관, 볼 베어링 등 미사일에 적용 가능한 물품을 조달하는 시도에 참여했다.

오용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 기업 파르섹(Parsek)과 이 회사 개발국장인 러시아인 로만 아나톨예비치 알라르와 함께 케블라 실, 아라미드 섬유, 항공 윤활유, 볼 베어링, 정밀 밀링머신 등 탄도미사일에 적용되는 다양한 제품을 조달했다. 알라르는 오용호에게 고체 로켓 연료 혼합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국무부는 "오용호와 알라르, 파르섹의 조달 및 공급 관계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미사일 적용 가능 물품과 기술의 핵심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선 철강 합금·소프트웨어·통신 장비 조달"

재무부는 북한의 첨단무기 연구·개발 핵심 기관인 제2자연과학원(SANS) 산하 조직 소속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주재한 북한인 5명을 제재했다. 제2자연과학원은 국방과학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 5일과 11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주도했다.

과학원은 국무부가 2010년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관여하거나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2013년 유엔이 같은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는 과학원이 산하에 국방 연구개발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물품과 기술 획득 등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하부 조직을 뒀다고 밝혔다. 북한인들은 이 조직의 일원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다롄·선양에 머물며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한 부품을 조달하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북한인 최명현은 이 조직의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수석 대표로서, 과학원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했거나 제공하려고 시도했다. 북한 기업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통신 관련 장비를 조달하기도 했다.

나머지 북한인 4명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자를 보내는 역할을 했다. 다롄 거주 심광석은 철강 합금을, 김성훈은 선양에 머물면서 소프트웨어와 화학물질을 조달했다고 한다. 강철학도 선양에서 중국 기업으로부터 북한에 보낼 물품을 조달했다. 2014년 다롄에 처음 부임한 편광철은 과학원 하부 조직의 위장 단체로 의심되는 기업의 부대표라고 재무부는 전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인들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활동했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인과 러시아 기업만 제재하고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은 포함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제외된 이유를 물은 기자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갈등해 왔고, 이번 주부터 안보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은 또 북한인 오용호가 물자를 조달한 "제3국"이 어딘지 밝히지 않았다. 향후 추가 제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블링컨 "모든 적절한 수단 동원"


미국은 이번 제재 부과는 북한 무기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제재는 북한의 계속된 확산 활동과 이를 지지하는 자들에 대한 우리의 심각하고 지속하는 우려를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는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오늘 미국의 조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조치는 (북한이) 무기를 위한 물자를 불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 두고 있는 대리인을 계속 활용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 차관은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6차례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외교와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미국과 동맹,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도 외교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그러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최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도발 강도가 세지자 대응 수위를 높였다.

국무부가 지난 11일 안보리 결의 위반인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힌 뒤 이를 전격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단 북한을 외교적 해법을 통해 대화로 끌어낸다는 대북 접근법은 그대로라고 미 행정부는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번 제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 이외의 것을 시사한다는 생각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우리는 북한과 대화와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협상에 관여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북한의 도발 강도가 세지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안드레아 미첼 NBC 기자는 "북한이 지난해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올해 미사일 기술을 잇따라 발전시킨 것은 대북정책이 미국과 동맹에 대한 위협을 막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책을 바꿔 (북한이) 관여하도록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다른 기자는 "6차례 (미사일) 시험이 있었고, 일주일도 안 돼 두 번째 극초음속 시험을 했다고 하는데, 제재 같은 억지 정책(constraint policy)가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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