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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선화장 후장례'는 비인도적 조치다

입력 2022. 01. 14. 00:10 수정 2022. 01. 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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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화장터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코로나19 사망자의 관을 옮기고 있다. [한국장례협회 제공]


해외선 대면 허용하는데, 우리만 2년 불허


장례 지침 개정해 ‘존엄한 작별’ 보장해야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해온 ‘선(先)화장, 후(後)장례’ 원칙이 유가족들을 더 비통하게 만드는 비인도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은커녕 마지막 대면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고인을 떠나보낸 뒤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마음의 상처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사망한 6166명의 유족이 최소한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고인을 떠나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데다 정부가 벤치마킹했다는 싱가포르마저 해당 지침을 이미 오래전에 철회하고 화장과 매장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대부분 마지막 대면을 허용한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사별 과정에서의 획일적 장례 절차로 인한 슬픔을 덜어주고, 마지막으로 ‘존엄한 작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전향적이고 유연하게 지침을 개선·보완해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처음 나왔고 한 차례 개정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 지침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무조건 화장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문제점을 보완해 제정됐다. 첫 장에 ‘사망자의 존엄과 예우를 유지하며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장례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지침과 달리 잔혹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망자는 곧바로 화장해야 장례 지원비를 지급하는 식으로 ‘선화장 후장례’를 사실상 강제한 것이 문제였다. 유가족들은 화장 전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요양병원에 머물다 집단감염이 터져 열흘 만에 홀로 세상을 떠난 70대 노인의 동생, 부모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고 병원 중환자실에서부터 임종 때까지 한 달 동안 면회를 못하고 생이별해야 했던 자식 등이 “얼굴 한 번 못 보고 보낸 게 평생 한이 될 것”이라고 오열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는다.

방역당국이 화장을 권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례 과정에서 잠재적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흡기 감염병인 코로나가 시신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시신 감염 의혹에 대해 “증거가 없어 비과학적인 미신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장례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유족에게 돌려주고 임종 때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고언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루에 수천 명씩 확진자가 나오면서 의료진과 격리시설 관계자들의 확진자 접촉은 일상이 됐다. 영원히 이별하는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존엄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하는 것은 헌법상의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행정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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