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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마술쇼 뺨치는 대선판

이정호 입력 2022. 01.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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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승리는 언제나 마술사의 몫이다.

마술의 작동 원리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는 어김없이 마술사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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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경제부 차장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감각의 촉수를 곤두세운 관객과의 승부. 승리는 언제나 마술사의 몫이다. 비둘기를 어디에 숨기고 다니냐는 질문에는 “비둘기는 세상 어디든 있다”고 대답하면 그만이다. 관객의 시선과 고정관념을 비틀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처럼 믿게 만드는 것. 마술의 작동 원리다.

 마술 같은 허황된 공약 판쳐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는 어김없이 마술사들이 나타난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가 싶더니 25조원 규모로 시작된 코로나19 피해 추가 지원 논의는 며칠 만에 50조원, 100조원으로 차례차례 마술처럼 부풀려졌다. 정부 본예산(607조7000억원)의 최대 6분의 1에 해당하는 재정이 투입될 수도 있는 국가적 실험이지만,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그럴싸한 선동 발언만 뒤따를 뿐이다.

올해 국가채무가 1064조원으로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총생산(GDP)의 50.2%까지 치솟을 전망이지만 당장의 표심몰이에 눈이 먼 여야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발표한 이른바 ‘이재노믹스’에도 하얀 비둘기들이 가득하다. 세계 5강(强) 국가 도약,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코스피지수 5000 달성 등 5·5·5 경제비전을 실현할 핵심 정책 수단인 산업(디지털) 대전환의 귀결은 결국 13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 재원 투자다. 나랏돈을 풀어 국가적 염원을 일순간에 이뤄내겠다는 포퓰리즘이다.

이 후보가 임기 내 목표로 내세운 수출 1조달러 달성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선거용 구호라는 지적이다.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한 지난해 수출 실적은 6445억달러였다. 수출이 5000억달러(2011년)를 넘어선 후 6000억달러(2018년)를 돌파할 때까지 걸린 기간만 7년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같은 날 마술 주문 같은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윤 후보는 집권 시 국가 잠재성장률 목표치를 현 2%에서 4%로 두 배 올리겠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력과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기를 과열시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세를 의미한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잠재성장률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로 OECD 평균(1.3%)보다 높겠지만, 2030~2060년은 0.8%로 평균(1.1%)을 밑돌 것으로 예측했다.

 대전환기 이끌어갈 후보 골라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술 같은 눈속임으로는 현 정부도 뒤지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의 수정 없이 2050년 탄소중립(탄소배출량 제로) 실현을 공언한 것은 무모함을 넘어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소득과 성장의 단어 위치가 뒤바뀌어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전락한 소득주도성장,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춰 뒤틀려버린 부동산 대책, 이상과 현실의 혼동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모두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제물로 삼은 허망한 마술쇼였다.

이젠 불확실성이 상수로 자리잡은 말 그대로 격변의 시대다. 차기 대통령은 단순히 임기 5년이 아니라 거대 전환기의 생존 전략을 책임질 인물이어야 한다. 얄팍한 수싸움과 달콤한 공약(空約)에 기댄 후보를 걸러내야 하는 이유다. 후회할 여유는 없다. 지난 5년 감당해야 했던 대가가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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