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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헝다 사태 관전법

신경진 입력 2022. 01. 14. 00:20 수정 2022. 01. 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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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안정 우선, 안정 속 성장.” 올 한해 중국의 경제 기조다.

막대한 채무에 허덕이는 부동산 그룹 헝다(恒大)는 여전히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이번 폭탄 처리반의 과제는 중요하다. 경제가 가을 당 대회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부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주동전”을 강조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역전 가능성을 찾아서다. 당시 미국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열렸다. 왕치산(王岐山) 현 국가부주석이 헨리 폴슨 당시 미 재무장관에게 말했다.

“이전에는 장관이 내 선생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선생 위치에 있는 것 같다. 헨리, 미국의 시스템을 보시오. 우리가 미국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소.”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의 쉬자인 회장. 3100억 달러 규모의 부채에 시달리는 헝다는 중국 경제의 중요한 시한폭탄이다. [AP=연합뉴스]

그 10년 전인 1998년 왕치산과 광둥 신탁은행 파산을 도왔던 전직 골드만 삭스 대표 폴슨 장관이 궁색하게 대답했다. “미국이 많은 실수를 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을 겁니다.” (헨리 폴슨, 『중국과 협상하기』)

이후 왕치산의 후임자들은 하이난(海南)항공, 안방(安邦)보험, 화룽(華融) 등 부실기업을 능숙하게 처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얼마 전 중국의 헝다 대응에 숨은 인사이트를 소개했다.

첫째, 시장을 놀라게 하지 말라. 지치게 만들라. 지난해 12월 초 헝다는 사실상 디폴트를 시인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곧 ‘제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하지만 시장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여름부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헝다를 비난하면서 디폴트를 기정사실로 만들어서다. 시장에 베이징이 헝다를 구제할 것이란 환상을 포기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

둘째,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청사 앞 시위대만 챙겨라. 중국 지방정부는 사태 초기 헝다의 은행 계좌부터 확보했다. 해외 투자자가 움직이기 전에 목소리를 내는 중국 내 개인 투자자부터 살폈다.

셋째, 최고경영자 비난에 그쳐선 안 된다. 대중의 시야에서 빼돌려 체포할 근거를 확보하라. 중국 당국은 쉬자인(許家印·64) 헝다그룹 회장을 비난하면서도 자구 노력 중이라는 소식을 흘렸다. 대신 신병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58) 회장을 다뤘던 방식이다. 더 나쁜 방식도 있다. 하이난 항공의 창업자와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초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뒤 체포했다. 부패 죄질이 나쁜 라이샤오민(賴小民) 화룽 회장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당국에 협조한 마윈은 외유를 허용했다. 쉬자인의 미래 역시 그의 선택에 달렸다.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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