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향신문]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실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다. 돈벌이가 되는 일이 아니니 현실적으로 쉬운 일도 아니다. 이재갑은 일제강점기 일본 규슈지역 조선인 강제동원의 흔적을 찾아서 길을 나섰다. 책 서문에서 ‘한국 근현대사에 기초한 역사와 사실을 바탕으로, 과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변모한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박제된 과거 역사로 남겨두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 되살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현장을 다시 찾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살아 있는 역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1942년 우베 죠세이 탄광에서 갑작스럽게 바닷물이 유입되어 183명의 광부가 생매장을 당한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이들 중 134명이 조선에서 강제동원되어 온 사람들이었다. 당시 일본 당국은 인명구조를 위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고 해저에서 올라오는 바닷물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입구를 콘크리트로 막고 폐쇄했다.
현재 해저탄광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대부분 막혀 있고 배수구 2기만 남아 과거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책임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건에 합당한 배상금 논의조차 없이 유해는 차가운 바닷속에 수장된 채 방치되고 있다. 처음 위령비가 세워질 때만 해도 강제동원된 조선인에 대한 내용이나 사고 경위는 없었다. 한인 유족들과 일본 시민단체의 피나는 노력으로 2013년 추모비가 따로 건립되었다.
희생자 가운데 134명 조선인 광부들은 일본에 ‘강제동원’되어 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우베(宇部)시가 내용을 지워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7년의 노력 끝에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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