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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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무모한 도전에 보내는 박수

공희정·드라마 평론가 입력 2022. 01.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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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만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봉준호 감독, 윤여정 배우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때만 해도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보곤 했는데, 지난 10일 날아든 오영수 배우의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은 K드라마가 꿔온 꿈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56년, TV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은 분명 무모한 도전이었다. 최초의 TV 방송국 HLKZ-TV. 녹화도, 편집도 가능하지 않았기에 드라마는 연극 무대를 실시간 중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TV 수상기가 희귀품이었던 시절, 드라마는 시내 전파상 앞에서나 볼 수 있는 사치스러운 눈요깃거리였다. 최초의 운명은 짧았다. 개국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화재로 모든 시설이 전소되었고, TV를 향한 꿈은 1960년 4월 채널 반납으로 끝났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때였으니 TV 방송은 그렇게 사라질 줄 알았는데 정부는 ‘국영 TV 방송국 개국’으로 무모한 도전을 이어갔다. 1961년 12월 31일 KBS TV가 개국했고, 1962년 1월 26일 KBS 첫 TV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가 방송되었다. 유치진 원작의 이 드라마는 카메라 2대로 이루어진 45분짜리 생방송이었다. 드라마라는 것이 생경했지만 제작진은 1년간 43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TV 드라마의 원형을 세웠다. 스튜디오 창문에 유리창도 끼우지 못한 채 시작했던 TV 방송은 녹화 시스템을 갖추는 데 3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고 전국 3만 대에 불과했던 수상기 보급 대수를 4만 대로 늘리는 데 5년이 걸렸지만 드라마 제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뒤 ‘오징어 게임’이 탄생했다.

어차피 인생은 무모한 도전이다. 모든 것이 처음인 삶의 순간들, 낯선 것일수록 두려움은 앞서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않았던 그들은 ‘오징어 게임’ 속 오일남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혹시 알어? 내가 거기서 1등 할지”라는 생각으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이어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무모한 도전 중인 모든 이들에게 나는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일사일언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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