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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의 아트톡] 문화정책 'MBTI'

정재왈 예술경영가 고양문화재단 대표 입력 2022. 01.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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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에게 정치는 멀지만 정책은 가깝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와 달리 정책은 내가 몸담고 있는 현장의 일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특히 공공 영역에서 정책은 서비스 대상인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정책의 수혜 대상이 크고 작든 그 편익(便益)에 대한 고민은 정책 집행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정재왈 예술경영가 고양문화재단 대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정치는 현실의 정책으로 구현되는바,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찾아온 정치의 계절을 그냥 허비할 수는 없다. 대선판을 놓고, 요란한 이전투구요 정책 실종이라며 장삼이사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늘 뒷전이라고 자조하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소리 없는 아우성은 불문가지다.

하나 작금 BTS와 <오징어 게임>이 세계 엔터테인먼트를 쥐락펴락하니 문화력이 곧 국력이라는 범국민적 각성을 정치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윤여정에 이어 골든글로브를 거머쥔 오영수가 있는 나라. 국제정책에서 문화로 상징되는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역설한 조지프 나이도 “한국은 문화 측면의 소프트파워를 타고났다”고 예찬하지 않았던가.

문화정책이 정말 중요한 때가 됐다.이제 정치가 근사한 문화정책으로 제대로 답을 해야 할 때가 왔다. BTS와 오영수를 수출하는 문화강국의 지도자라면 문화예술 감수성은 국내외 활동의 필살기여야 한다.

그 감별법 혹은 지향점은 무엇일까. 요새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인기다. 아주 간단한 심리테스트로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구분한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테스트해보니,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뢰도 급상승!

그것을, 정확히 알파벳 머리글자를 빌려와 우리 문화정책의 방향과 성격을 잡는 데 재미 삼아 활용해 봤다. 네 가지 범주의 경중과 활용 정도에 따라 ‘그 정부’ 문화정책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경험치를 동원하여 당장 유념했으면 하는 가치를 정했다.

첫째는 시장(Market)이다. 으레 시장 하면 물건을 사고팔아 이문을 남기는 장사를 떠올리다보니, 고고한 영역임을 자부하는 문화예술에서 시장 얘기하면 하질로 친다. 천만의 말씀이다. 예술상품(보조금 사업도 마찬가지)도 엄연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 시장을 외면하면 안 된다. 문화예술 활동의 초점이 이제는 공급자 관점에서 소비자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는 균형(Balance)이다. 문화예술 정책에서 균형은 다차원적인 미덕이다. 여러모로 문화격차가 현격한 서울과 지역, 공공과 민간, 규제와 탈규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전문예술과 생활문화, 예술의 수월성, 세대, 젠더 등. 여태껏 이런저런 이유로 한쪽으로 경도된 가치들을 균형 있게 회복하여 문화강국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는 기술(Technology)이다. 예술은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했다. 전기 발명은 공연예술 무대의 혁신을 가져왔으며, 더불어 사진과 영화라는 새 장르가 탄생했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가 예술과 기술의 친화력을 높인 건 아이러니다. 가상(meta)에 세우는 새로운 우주(universe)의 시대가 점입가경이다. 일찍이 ‘창조산업’의 기치를 세운 영국은 가상현실을 포함한 확장현실(XR) 분야를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았다. 기술이 예술을 선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넷째는 국제성(Internationality)이다. 대중예술 한류에서 목도하듯이, 한국은 더 이상 문화예술의 변방이 아니다. 이제는 연극과 무용, 국악, 클래식, 뮤지컬, 시각예술, 문학 등 이른바 순수예술 한류의 때가 왔다. 그러려면 교류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남에게 인정받고자 일방적으로 보여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보이도록’ 놔두면 된다. 서로 흐른다는 말 그대로 국가 간 문화교류는 일방향보다 쌍방향일 때 효과가 큰 법이다.

다음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은 있기나 한 건가. 있다면 어떤 성격 유형의 소유자일까, 그것이 궁금하여 애꿎은 MBTI를 수고롭게 했다.

정재왈 예술경영가 고양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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