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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의 정의선, 무대 위의 최태원[광화문]

진상현 산업1부장 입력 2022. 01. 1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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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제스처로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을 설명했다.

노란색 개처럼 생긴 로봇 스팟은 정 회장 옆에서 사족보행을 하며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현장에 스팟이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정 회장은 무대 위로 함께 걸어나온 스팟에게 "스팟, 고마웠다. 너는 좋은 동료다"는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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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은 유년시절의 영웅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제스처로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다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제한 없는 사물모빌리티(MoT)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며 로봇이 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노란색 개처럼 생긴 로봇 스팟은 정 회장 옆에서 사족보행을 하며 무대 위로 걸어나왔다. 현장에 스팟이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정 회장은 무대 위로 함께 걸어나온 스팟에게 "스팟, 고마웠다. 너는 좋은 동료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스팟은 다시 갈채를 받으며 무대 뒤로 걸어나갔다.

이 장면 하나로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는 정 회장의 로보틱스 비전은 손에 잡힐듯한 현실로 각인됐다.

# 하루 앞선 한국시간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김부겸 국무총리와 양당 대표 등 내외빈들의 인사말과 축사 동영상 상영 등이 진행됐다. 의례적인 절차로 행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먼저 인사말을 마쳤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다시 단상에 올랐다. 그리곤 10분 가량 '시대변화에 따른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연설했다. 재계 서열 3위 기업의 총수가 정관계 고위인사, 다른 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연 형식으로 전달하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강연 초반 최 회장은 모 개그맨이 그렸다는 자신의 캐리커쳐를 화면에 띄우고 스스로를 소재화하기도 했다. 실제의 자신과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이 다를 수 있듯, 기업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기업 스스로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기업이 먼저 반성하고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물사진과 같은 기업도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며 캐리커쳐와 실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한 소통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이날 직접 무대에 오른 것도 바로 이런 소통을 위한 노력이었던 셈이다.

하루사이 한국과 미국에서 있었던 이 두 장면은 대한민국 재계의 리더십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고성장기 대기업 총수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도 됐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투자하고 돈을 벌면 그걸로 애국, 보국이었다. 외부와의 소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잘못한 것이 없을 수 없다. 소통이 안되니 잘못은 시정되지 않고 오해는 쌓여갔다. 그렇게 기업, 대기업 총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고착화됐다.

이젠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지속가능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언제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내부 혁신 못지 않게 외부와의 소통이 중요해졌다. 최 회장의 말처럼 "과거 기업이 '돈만' 벌면 됐다면, 이제 '돈도' 버는 기업이 돼야" 한다.

변화의 속도도 비교가 힘들 정도다.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산업을 통째로 바꿀 신기술이 수시로 생겨나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산업간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는 이제 내연기관 보다 전자제품에 더 가까워졌다.

테슬라,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아마존 등 스타 기업, 스타 경영자들과의 경쟁도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는 요인이다. '강력한 메신저(전달자)'가 없다면 기업의 비전도, 리더십, 시장의 평가도 열세에 놓이기 십상이다.

기업은 변화에 적응 못하면 도태된다. 기업이 변하기 위해선 리더가 달라져야 한다. 'CES의 정의선', '무대 위의 최태원'이 반가운 이유이다.

진상현 산업1부장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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