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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방역 전문성과 기본권

김현길 입력 2022. 01.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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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은 너무 잘 하니까 질문이 없으신가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농담에선 방역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아파트 농구장 등에서 농구를 하는 경우 사적모임인가요?' 같은 질문이 그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자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전문성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법원의 문턱을 넘고, 여론의 눈과 귀가 쏠리게 된 주된 배경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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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사회부 차장


“방역은 너무 잘 하니까 질문이 없으신가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농담에선 방역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 배경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지분이 적지 않을 거 같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도 늘 차분하게 상황을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불리할 수 있는 내용도 가감 없이 전달됐다. 유행 초기 6번 확진자 관련 언급이 대표적이다. 그는 “6번 환자의 접촉 강도를 저희가 재분류했어야 했다”며 “일상 접촉자로 관리한 오류가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듣고 싶은 말보다 필요한 말을 투명하게 전하는 전문가에 가까웠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높아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전문성은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신뢰를 얻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막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근거도 된다. 전파 속도와 위험성을 알기 힘든 바이러스가 퍼지는 상황에선 누가 언제 결정을 내리느냐가 더 없이 중요하다. 의료지식에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이 신속히 의사 결정을 하도록 대폭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 국내에서 질병관리청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작아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더 큰 범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포기해야 할 ‘대가’다.

주지하듯 그간 한국은 기본권 제한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러닝머신 속도 6㎞ 이하 유지’ ‘GX(Group Exercise)류 시설 음악속도 100~120bpm 유지’ 같은 ‘깨알 규정’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거리두기 개편안에 온갖 상황의 Q&A가 포함된 것도 그만큼 규정이 세세함을 방증한다. ‘아파트 농구장 등에서 농구를 하는 경우 사적모임인가요?’ 같은 질문이 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기본권 제한 문제로 사법부 문턱을 넘는 경우는 적었다. 여론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더욱 드물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최근이다. 독서실·학원·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가 본안 판결 때까지 효력을 잃었고,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의 방역패스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돼 법원에 이목이 쏠린다. 이를 두고 유독 민감한 자녀 교육 문제에서 촉발됐고, 방역패스에 한정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는 지난해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전문성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본 경험이 법원의 문턱을 넘고, 여론의 눈과 귀가 쏠리게 된 주된 배경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방역 외 상황을 두루 살펴야 하는 정부 입장, 바이러스의 변화무쌍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당시 정부 대응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신속히 결정해야 하는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위중증·사망자 급증 상황에서도 결정은 뒤로 미뤄졌다. 그 대가는 사망자 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단계적 일상회복 후 4인 거리두기 강화까지 47일간 사망자(1786명)는 그 전 22개월 사망자(2858명)의 62%를 차지했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이후 법원의 전문성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본래 사법부는 특정 영역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행정부와 입법부 결정에 보조를 맞춰 소극적으로만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더 설득력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곳이 법원이다. 기본권도 과학적, 전문적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뒤로 밀릴 수 없는 가치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이번 법적 분쟁이 정부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혹여 지나쳤던 기본권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hgkim@kmib.co.kr

김현길 사회부 차장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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