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위문편지 유감/김성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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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아저씨께 월남에 갔다 돌아오신 국군 장병 이야기를 들으면 어서 군대에 가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보내고 싶습니다마는 아저씨가 계시는 곳과 이름도 몰라 대단히 섭섭합니다. 새가 지저귀고 숲이 우거진 곳에 잘 계십시오."
육군 기록정보관리단이 공개한 1969년 당시 전남의 국민학교 5학년 학생이 파월 장병에게 쓴 위문편지다.
최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썼다는 군인을 조롱하는 투의 위문편지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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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아저씨께… 월남에 갔다 돌아오신 국군 장병 이야기를 들으면 어서 군대에 가고 싶습니다. …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보내고 싶습니다마는 아저씨가 계시는 곳과 이름도 몰라 대단히 섭섭합니다. … 새가 지저귀고 숲이 우거진 곳에 잘 계십시오.”
육군 기록정보관리단이 공개한 1969년 당시 전남의 국민학교 5학년 학생이 파월 장병에게 쓴 위문편지다. 쉰 살을 훌쩍 넘은 기자도 1970년대였던 국민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국군 장병 아저씨께”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연필로 꾹꾹 눌러썼던 기억이 새롭다. 나이 차라야 열 살 안팎이라 ‘아저씨’는 아닌데 인사말 시작은 언제나 ‘아저씨’였다. 어차피 누가 받을지 모르는 편지를 쓰니 내 얘기만 잔뜩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생이 수업시간에 총검술을 배우던 시절이다. 군인들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건 군 위문공연만큼 이상할 게 없었다.
군 위문편지가 일제 잔재라는 시각도 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조선총독부와 황군에 의해 당시 어린 소학교 학생들이 수업 중에 단체로 전방 군인들에게 위문편지를 썼고, 군인들이 이를 받아서 읽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던 것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위문편지는 해방 후에 없어졌다가 1949년에 부활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썼다는 군인을 조롱하는 투의 위문편지가 공개됐다. 학교가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주겠다며 반강제적으로 편지를 쓰게 했는데, 일부 학생이 “눈 오면 열심히 치우라”, “목욕탕에서 비누 줍지 말라”는 등 조롱하거나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욕설을 하고 성희롱성 댓글을 남기며 공격했다.
미성년인 여학생들에게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쓰게 하는 건 잘못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병영 생활에서도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 시대에 여학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하는 건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쏟아진다. 그러자 이번엔 “여자도 군대에 가라”며 느닷없이 징병제를 놓고 남혐·여혐 갈등이 번진다.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건 애초에 시대착오적인 지시를 한 학교의 잘못이 크다.
김성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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