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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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4災 낀 나라곳간..'그리스+일본' 복합형 위기 경고등

여론독자부 입력 2022. 0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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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국가채무 악화에도 돈풀기
①선진국 중 국가채무 증가속도 최고
②재정여력 빠르게 소진 '건전성 위기'
③지출 늘리더라도 성장 기여도 한계
④경기회복·소득격차 해소 효과 미미
그리스, 만성 적자재정에도 복지 확대
일본도 20년간 공공투자 집중했지만
성장커녕 '불황의 늪' 벗어나지 못해
[서울경제]

나라가 온통 난리다. 장기간 지속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올해도 슈퍼 팽창 예산 편성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강화해 불안해 하는 국민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더구나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공약 논란은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52조 원, 재작년보다 95조 원 정도 늘어난 607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 증가율 7%를 넘는 초슈퍼 예산이 5년 연속 편성되고 76조 2,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국가 채무는 급격히 상승해 올해는 1,000조 원 시대를 열게 된다. 규모가 너무 커지고 증가 속도도 빨라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020년에는 무려 네 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지난해에는 두 번의 추경을 편성했는데 올해는 벌써 지난해 말부터 30조 원 규모의 3년 연속 1분기 추경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슈퍼 예산 편성의 배경에는 재정 확대를 통해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침체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선 등 선거가 맞물린 시점에 추경이 편성돼 ‘선거용 돈풀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 싫어할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생활비가 부족했던 가계나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경기 침체가 3년째 지속되면서 지원금이 추가적으로 계속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빚을 내서 마련해야 하고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의 남발로 앞으로 더욱 큰 빚을 져야 하는 데 있다. 그 부담은 더 큰 부담이 돼 돌아오고 미래 세대에도 전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 예산의 편성이나 국가 채무 폭증은 준전시(準戰時) 상황이니까 괜찮다는 말인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로서는 국가 채무가 악화되더라도 재정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나랏빚이 너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재정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 또한 적자 재정의 정책 효과 역시 회의적이다. 최소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국가 채무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1년 47.3%로 단 2년 만에 10%포인트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2017년 36.0%에서 2022년 50.2%로 14%포인트 이상 높아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쳤던 시기에도 국가 채무 비율은 2007년 27.5%, 2017년 36.0%로 10년간 8.5%포인트 상승해 비교적 완만하게 늘었다. 이에 반해 최근의 증가 속도는 2018~2025년 22.9%포인트나 증가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주요국 국가 채무 비율 상승 폭 전망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 경제 35개국 중 우리나라는 2021년 대비 2026년 15.4%로 가장 크다. 이는 19개국의 채무 비율이 향후 5년 동안 감소하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둘째,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의 국제 비교에는 중앙 및 지방정부 회계·기금 부채로 집계되는 국가 채무(D1)가 사용되지 않고 국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한 일반 정부 부채(D2)가 사용된다. 정부는 국가 채무나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대보다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적자 국채를 매년 대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는 전기·가스·공공주택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관련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 증가로 귀결되며, 특히 우리나라는 비금융 공기업의 비중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기 때문에 일반 정부 부채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기관 부채(D3)로 국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공공기관 부채를 산출하는 OECD 국가가 7개국에 불과한데, 이는 기타 국가들의 비금융 공기업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의 국가 간 비교는 여전히 공공기관 부채비율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국가 채무는 1,408조 원으로 GDP 대비 58.8%에 이르게 된다. 이에 기초해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추계하면 90.2%로 증가한다. 불과 3년 후의 일이다. 즉 우리 재정으로서는 빚을 내 퍼주기식 재정 확대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충당 부채만 포함해도 OECD 평균 수준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 수준에 이르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위기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적자 재정 확대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는 한계가 있다.

최근 학계의 조명을 받고 있는 국가 과잉 채무(public debt overhang) 이론에 따르면 정부 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서는 재정 악화는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저금리·저성장으로 이어지는데, 그리스·이탈리아·일본이 그 전형적 사례이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탈출하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적자 재정을 지속하고 있지만 성장은커녕 불황의 늪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불과 4년 후면 정부 부채비율이 90%에 이르게 되고 적자 재정의 성장에의 기여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넷째, 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금의 정책 효과가 회의적이다.

막대한 빚을 내 집행해온 재난지원금이 가계의 소득 보전이나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의 매출 회복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지만 경기회복이나 소득 격차 완화에는 정책 효과가 미미했다. 이는 선별적 지급 방식이 아니고 전 국민 대상의 보편적 지급 방식이나 소득 하위 80%에만 지원하는 방식 등에 따른 것에 기인한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다시 한번 전 국민을 대상으로 6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재정 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집행 역시 시기를 놓쳐버리고 방법이 설익어 빚을 내 마련한 정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 빛이 바래게 됐다.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기 전에, 빚더미에 쌓이기 전에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됐으면 경기회복이나 소득 격차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을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재정 적자의 확대와 국가 채무의 급격한 누적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막대한 기회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데 정책 당국과 정치권은 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닐까. 정부가 빚을 내 돈을 써야 한다면 그 돈이 어떻게 마련되고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더욱 원칙에 충실하게 따져보고 절도 있게 써야 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탈모 건강보험 적용’이나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퍼주기식 공약 남발로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재정을 악화시키는 일은 크게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만성적 재정 적자에도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에만 열을 올렸던 그리스나 ‘잃어버린 10년’ 탈출을 위해 빚을 내 SOC 등 공공투자에만 집중해왔던 일본은 가장 대표적인 재정 실패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나라 재정 운용 상황을 지켜보면 ‘그리스+일본 복합형’으로 전개돼 나라 곳간이 거덜 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구정모 교수는···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이후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국내 대표적인 재정학·거시경제 분야 석학으로 꼽힌다. 과거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강원대 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대만의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강원대 명예교수와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앞서 국내 최대 경제학자 단체인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경제연구학회,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지낸 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회(Asia-Pacific Economic Association·APEA) 부회장을 역임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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