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철수 '10년 집권론'

기자 2022. 1.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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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安 지지율 오르며 재평가 활발

도덕성·경력·능력에 2030 지지

집권 세력 구축 못 한 것은 한계

독자 출마보다 尹과 협력 필요

5년 공동 집권 뒤 차차기 도전

국민 요구·미래 책임 우선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지지율이 오르면서 재평가도 활발하다. 안철수는 정치판에서 예외적으로 도덕적이다. 전과가 없고, 쌍욕을 하지 않으며, 여자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없다. 재산이 많지만 자기 집 한 채 없고, 기부도 많이 한다. 가족은 리스크가 아니라 가산점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가을 서울 인사동에서 안철수와 술잔을 기울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권에서 드물게 성선설(性善說)이 맞는 분 같다”고 덕담하기도 했다. 경력과 능력도 재평가 대상이다. 의사,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자, 벤처 기업 창업자 및 대주주, 교수, 강연자, 정치인으로 나름 일가를 이뤘다. 때마침 코로나와 보건, 복지, 4차 산업, 교육 혁신, 정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2030을 중심으로 “우리가 왜 안철수를 과소평가했지”라는 반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에 충분할 만큼 정치 세력을 모으지 못한 결정적 결함이 있다. 대통령이 된다 해도 3명의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지 유권자들은 불안해한다. 안철수가 당선되면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념·지역 기반 양당 구도를 뒤집을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안철수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첫째, 끝까지 독자 출마를 고수하는 것이다. 당선될 수도 낙선할 수도 있다. 호랑이띠인 안철수는 올해 60세가 됐다. 이번에 낙선해도 두 번 정도 더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3당 후보로 20% 이상 받은 정치인은 김대중 대통령과 저뿐”이라고 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처럼 대선 4수로 갈 수도 있다. ‘또 단일화’ ‘또 철수’라는 비아냥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손을 잡는 것이다. 안 후보는 최근 발간한 저서 ‘선을 넘다’에서 “윤석열에 대한 기대는 무너진 민주주의·법치·공정을 세워 달라는 것이고, 나에 대한 기대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다른 사람은 총리 또는 장관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하면 된다.

두 가지 전례를 참고할 수 있다. 첫째, 1997년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립정부. DJP 연합은 의원내각제 합의를 지키지 못해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깨졌지만, 2년 남짓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정보기술(IT)을 육성하고, 벤처 붐을 일으키고, 복지의 토대를 닦는 성과를 얻었다. 두 번째는 2021년 독일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연정 합의문이다. 177쪽에 이르는 합의문에는 내각 배분과 정책 우선순위, 쟁점 조율 사항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DJP식 연립정부든, 독일식 연정이든, 초유의 공동정부든, 정당 간 협력이 꼭 생소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오세훈 후보 단일화의 결과 현재 국민의당 인사들이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산하기관장 등을 맡고 있으며, 오·안은 매달 정례 회동도 해왔다. 서울시 차원에서의 단일화 약속 이행을 정부 차원으로 격상 또는 확산하면 되는 것이다.

안철수가 유럽에 머물던 2019∼2020년 펴낸 저서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는 유럽 선진국의 IT 정부 구축, 복지 확산, 의료보험 확대, 빅데이터 활용, 중도정치와 통합 모색 등 이 시대에 필요한 화두와 내용이 가득하다. 안철수는 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지역 지도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라서 만난다”며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고 한다. 그런 지식과 경험을 구현하려면 정치 주변부에 머물 게 아니라 정권에 참여함으로써 국민에게 봉사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안철수가 국정 경험도 쌓고 세력도 얻어 차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5년이 아니라 사실상 10년을 집권하는 것이다.

독일 연정 합의문의 서문(序文)은 “세 정당은 총선 결과가 연정을 구성하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본다. 우리는 각기 다른 전통과 관점을 갖고 있지만, 독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로 단합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2017년 대선도 탄핵보다는 중도·보수의 분열로 정권을 넘겨줬다. 안철수의 자존심보다 국민의 요구, 미래에 대한 책임, 단합이 더 높은 가치 아닐까. 최우선 목표는 ‘무조건 정권 교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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