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가 광주 참사 불렀다" 언론 보도는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입력 2022. 1.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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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현대산업개발 공사 수주 전부터 시행.. 기사에 인용된 보고서 작성자도 부인

[김시연 기자]

 
▲ 무너져내린 아파트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이틀째를 맞은 12일 당국은 안전진단을 거쳐 실종자 수색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축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1개 동 옥상에서 전날 콘크리트 타설 중 28-34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이 붕괴됐다.
ⓒ 연합뉴스
"주52시간이 광주 참사 불렀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의 근본 원인이 '주52시간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뉴스투데이>는 12일 "건설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코로나19, 파업 등으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줄었음에도 주52시간 규제로 추가 근무가 제한돼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진행한 것이 이번 광주 아파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 : 우려가 현실로… "주52시간이 광주 참사 불렀다")

이 기사는 SNS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비판받았다. 자신이 건축사라고 밝힌 한 독자는 12일 이 기사 댓글에 "주 52시간하고 아무 관계없거든요. 공정관리는 다 보고되었을 거고 진행이 안 되었으면 공기(공사기간) 연장하든지 준공을 늦추든지 했어야 했는데 안한 거거든요. 공사비 늘어나는 거 줄이려고만 하니까 생긴 건데 52시간은 아무 상관없습니다"(로렌스)라고 지적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주52시간제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주52시간 우려' 건설산업연구원도 "사고 원인 아냐"

지난 11일 오후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시공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한 동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 도중 건물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건설 노동자 6명이 실종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언론과 건설업계에선 시공사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부실 공사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지난 12일 논평에서 "1995년 벌어진 삼풍백화점 참사를 연상케 하는 후진적 참사"라면서 "이번 사고 역시 무리한 공기 단축, 설계 오류와 부실시공, 원청 현대산업개발의 관리감독 부실 등이 빚은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뉴스투데이>는 이번 사고가 무리한 공기 단축 때문이라면서도, 건설업계 주장을 앞세워 그 책임을 시공사가 아닌 주52시간제에 돌렸다.
 
 이뉴스투데이는 1월 12일 '우려가 현실로… “주52시간이 광주 참사 불렀다”'라는 기사에서 이번 광주 현대아이파크 건설 현장 붕괴 사고의 근본 원인이 주52시간제라고 보도했다.
ⓒ 이뉴스투데이
 
이 신문은 이날 "시공사가 11월로 예정된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사 기간을 앞당기라'고 지시했고 이를 위해 현장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음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했다"면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정을 서두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지난 2018년 12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공공공사 공기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공기 산정 기준의 방향과 요인')에서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주52시간제 등으로 인해 발생한 공기 부족은 건설 품질 하락, 안전사고 증가 같은 산업 차원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인용된 보고서 작성자도 "주52시간제 때문에 사고 발생했다 보기 어려워"

하지만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손태홍 연구위원은 13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당시 보고서에는 '주52시간제 등으로 인해 발생한 공기 부족'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었다"면서, 이번 사고가 주52시간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주52시간제를 시행한 지 이미 2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시공사도 그걸 기반으로 공정관리계획을 짰을 것"이라면서 "공사기간은 추가 인력 투입 등 기업의 공정관리 역량에 달린 문제여서, 주52시간제 자체가 공사기간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법정근로 주40시간에 휴일·연장근로까지 포함한 최대근로시간을 주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단축하는 '주52시간근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됐고, 현대산업개발은 그로부터 약 9개월 뒤인 2019년 4월에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시행사는 그해 5월 분양하면서 2022년 11월 준공 계획을 밝혔다. 적어도 아파트 수주 시점에는 주 52시간제를 고려해 준공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는 의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이번 사고 원인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근로시간 단축과의 인과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유연근로제를 폭넓게 허용해 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했고, 시공사에서도 주52시간제를 감안해 한시적인 추가 인력 투입이나 계약 조정 등을 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52시간제는 건설 현장 등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쓰러지는 노동자가 많아 과로사 예방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면서 "이번 사고를 빌미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노동자의 건강과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검증결과] "주52시간제가 광주 참사 불렀다" 언론 보도는 '거짓'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사업을 수주한 건 지난 2019년 4월이고, 주52시간제는 2018년 7월부터 시행됐다. 따라서 이번 붕괴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가 시공사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었다고 해도, 공사 수주 시점부터 고려해야 했던 주52시간제가 공사기간 부족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주52시간제가 광주 참사 불렀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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