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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속도로서 싸우다 헤어진 부부..그길로 영영 이별

박혜은 입력 2022. 01.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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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108)


비 내리던 겨울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부부가 차 안에서 말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잠시 후 졸음쉼터에 멈춘 택시에서 부부는 내리고 잠시 후 남편만 다시 택시에 탑승합니다. 택시 기사는 먼저 출발하자는 남편의 말에 목적지에 남편만 데려다준 후 고속도로 영업소에 전화해 아내만 쉼터에 남았음을 알리게 되죠.

안전순찰차량은 바로 주변을 살폈지만 아내를 발견하지 못했고, 아내는 다음 날 오전 고속도로 갓길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졸음쉼터에 남겨진 아내는 갓길을 따라 혼자 걸었고, 어둡고 비가 오는 밤 차선을 변경하던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던 겁니다.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말다툼을 벌인 부부가 아내만 택시에서 내렸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수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사진 pixabay]


누군가의 유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날 밤 부부가 다투지 않았더라면, 아내가 혼자 내리지 않았더라면, 남편이 혼자 떠나지 않았더라면, 기사가 말릴 수 있었다면, 순찰차량이 발견했더라면 등등 수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지난 연말의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 서로의 마지막에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안타까웠던 기사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많은 순간 예기치 않은 이별은 찾아옵니다.

직업상 종종 음악회 사회를 보게 되는데 곡과 곡 사이에서의 안내자 역할을 하게 되는 콘서트 가이드의 경우 해설이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않게 시간 간격을 잘 맞추고,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곡을 해설하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해설 시간이 조금 길어지거나 설명의 방식이 다소 어렵다고 해서 전체 흐름에 아주 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콘서트 가이드의 역할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음악회 무대에 서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악기 연주자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가 되어 오케스트라의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음악극을 진행한 적이 있었죠.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가 한 번에 적힌 악보는 눈에 익숙하지도 않고 복잡해서, 자칫 흐름을 놓치면 현재 연주 되고 있는 부분이 어디 인지 다시 찾아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혹시나 타이밍을 놓쳐 전체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진행보다 더 긴장되었죠. 악기 연주자 만큼이나 지휘자와 눈을 맞추고 신호에 맞추어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다수의 연주자가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하고 서로의 소리에 집중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가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악기 소리가 너무 앞서거나 커서 전체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수많은 연습을 하는 것처럼, 귀에 들리는 음악은 아니지만 가족이 함께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화음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죠. 악기를 조율하는 것처럼 나라는 악기를 들여다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저마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다수의 연주자가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하고 서로의 소리에 집중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가족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 pxhere]


상황에 따라 때론 아내가 또 때론 남편이 가족의 지휘자가 됩니다. 지휘봉을 든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지 않으면 금세 불협화음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가족이 만들어 낼 아름다운 화음을 위해 먼저 서로가 같은 악보를 보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악보 속 음악 기호들이 같은 의미로 인식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표현방식에 있어 합의도 필요하죠. 그리고 때때로 개인 연습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한해를 열심히 살아나갈 우리 가족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참아내지 못한 순간의 화가 혹여 큰 후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와 우리 가족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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