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EU 벽에 가로막힌 대우조선 합병..다시 '주인 찾아 삼만리'

임원식 기자 입력 2022. 1. 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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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임원식 기자·신재근 기자]
<앵커>

유럽연합(EU)의 반대에 부딪혀 초거대 메가 조선사 출범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를 재편하려 했던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습니다.

먼저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유럽연합 경쟁 당국이 합병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는 `LNG운반선 시장에서의 독과점` 우려 때문입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 EU집행위 부위원장: 합병을 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LNG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를 초과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수주한 LNG운반선은 모두 47척으로 전체 발주 물량의 60%에 이릅니다.

유럽연합이 합병을 반대함에 따라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결론조차 못 내리고 끝이 났습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한 국가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합병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특성상 특정 업체의 독점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전 세계에 조선업체가 30개 이상 있고 모든 수주는 입찰 경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러면서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를 하는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빅3 체제(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서 `빅2(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로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던 국가 차원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선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입니다.

[권혜진 /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 과장: 시황이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2019년 당시보다는 좋으니깐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민간 주인찾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조만간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유럽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면서 세계 최대 메가 조선사 출범은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앵커>

EU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과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 나와 있습니다.

기업결합 불허를 결정한 이유가 독과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편으론 우리 조선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EU의 몽니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닐 텐데요.

결국은 우리 조선업계가 워낙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독과점 또 견제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요, EU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최근 폭등한 에너지 가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증한 데다 한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LNG 1톤 값이 800달러 선에 다다랐습니다.

1년 전 480달러 선이었던 걸 감안하면 약 160% 가량 값이 뛰었는데 유럽은 이 LNG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주된 LNG선 83척 가운데 47척, 60% 가량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가져갔습니다.

거대한 조선사 탄생은 결국 LNG 값 추가 상승의 요인이 될 거다, 즉 에너지 안보를 우선해야 할 EU 입장에서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실 3년 전 `수주 가뭄`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조선업 상황이 최악에 몰리면서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속력을 낼 수 있었던 거잖아요.

이번 합병 무산으로 우리 조선업계에 나쁜 영향이 미치진 않을까요?

<기자>

국내 조선업계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저가 수주경쟁이나 중복 투자 같은 걸 막을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선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 조선업 시황이 인수·합병을 처음 발표했던 3년 전과는 달리 굉장히 달라졌습니다.

연간 수주 목표치 초과 달성은 물론이고 이미 앞으로 3년 일감을 빼곡히 채운 상황인데요.

먼저 에너지 수요와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선박 발주량이 지난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수주를 위한 과당 경쟁 우려도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선가 또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돈이 되는, 수익성 좋은 선박의 상당량을 이른바 `K-조선`이 따냈다는 얘기인데요.

조선업 특성상 2~3년 전 불황일 때 수주 실적이 반영돼다 보니 아직은 국내 조선사들이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내년이면 흑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이은창 / 산업연구원 연구원 : 환경규제 강화로 시장이 저탄소 선박이나 무탄소 선박으로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본 기술이 되는 것들이 전부 다 가스 관련 기술들이에요. 이 부분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강점이 많을 거라고 보고 있고요.]

<앵커>

인수·합병을 추진한 당사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경영난이 여전한 만큼 또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합병 불발로 새 주인 맞이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에 타격이 불가피한데요.

지난 2020년 말 169.5%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97.3%까지 치솟았습니다.

6,752억 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은 6,256억 원의 결손금으로 바뀌었고 자본총계도 3분의 1이나 줄었습니다.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자본 잠식을 막으려면 외부자금 수혈이 시급한데요.

합병에 성공했더라면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로 1조5천억 원을 마련해 투입하고 추가로 최대 1조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상황입니다.

일단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하는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앵커>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될 후보군은 누가 있을까요?

<기자>

대우조선의 `민간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데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독과점 문제로 대우조선 매각이 불발된 만큼 또 다른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이 인수할 가능성 크지 않아 보이고요.

워낙 덩치가 큰 업종이다보니 포스코나 한화, 효성 같이 자금력이 되면서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들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배터리 소재나 수소 사업 같은 친환경 미래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울 거고요.

정통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드는 돈이 최대 6조 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던 걸 감안하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 또한 무시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우조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산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파는 것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엄경아 / 신영증권 연구원 :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잠수함 등) 국방 사업을 하기 때문에 해외 매각을 고려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부 유출이라서 (해외 매각은) 아마 안하지 않을까요?]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임원식 기자·신재근 기자 ry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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