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연설 중 마스크 내리며 "내가 악마로 보이나, 녹취가 조작"

남수현 2022. 1. 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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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저를 안 본 사람들은 제가 머리에 뿔이 나고 꼭 무슨 마귀처럼 생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됐나. 수없이 많은 일을 당해서 그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4일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의 즉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국 민심순회 일정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시즌2’ 일환으로 인천 곳곳을 방문했다. 특히 번화가인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는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35분가량 마이크 없이 연설을 하며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모씨가 최근 사망하자 야권이 자신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재명이 뭔가 염력을 써가지고 어떻게 한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이런 집단이 바로 거짓말쟁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모씨가 해당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녹취록에 대해 “(이모씨와 지인이) ‘이재명이 20억원을 변호사비로 받았다고 하는 얘기를 우리가 한번 해볼까’라고 얘기해 녹음한 것”이라며 녹취가 조작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4건의 전과 이력에 대해서는 ‘주어진 권한을 시민을 위해 쓰다가 생긴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제가 (성남시장으로서) 열심히 했어요. 그랬더니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왜 그렇게 저를 미워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李 “내가 악마처럼 보이나”…尹에는 “이랬다 저랬다 말바꿔”


“(보수진영이) 그냥 ‘이재명, 저 나쁜 놈’ 이렇게 지어내서 계속 비난을 하니 (내가) 악마가 돼버렸다”고 말한 뒤에는 마스크를 잠시 내리며 “제가 악마처럼 보입니까”라고 청중을 향해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가 상처도 많고 이미지도 나쁘고, 조직도 돈도 백도 없지만,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오로지 국민, 깨어있는 여러분 덕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윤 후보가 최근 내놓은 ‘병사 200만원 월급’,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당초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꾼다”,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윤 후보가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를 주장한 것에 대해 “국가지도자 배우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 부족하면 부족한 점을 채워야지 부속실을 없애버리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윤 후보가 무속인과 가깝다는 의혹을 겨냥해 “(국정은) 대충 누구 시켜서, 점쟁이한테 물어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래서 국가책임자는 유능해야 한다. 정말 깊이 고민해 방향을 정하고 좋은 인재를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써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자신을 세종, 윤 후보를 선조에 빗대 “똑같은 조선에서 세종이 있을 때는 조선이 흥했지만, 무능한 선조가 있을 때는 침략을 당해 민중들 수백만이 죽었다”며 “대통령이 역량이 있는 사람인지, 청렴한 사람인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가 바로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라고도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방문해 전망대에서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주변시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규제 어려움 고려해야”…‘경제 대통령’ 행보


이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서 입주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기업가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그는 기술 개발 지원과 규제 합리화 방침 등 ‘친기업’ 메시지를 잇달아 내놨다. 한 기업체 대표가 자율주행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있어 수출 절차가 까다롭다고 토로하자 “오히려 규제가 목표달성에 장애가 된다는 말씀”이라며 “(그런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스타트업의 특허심사 기간을 단축해주는 ‘신속 트랙’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참석자의 요청에도 “이건 우리가 정책으로 한번 검토하겠다”며 “특허 심리 기간을 앞당겨야 기술경쟁 시대에 기업들이 빨리 권리를 확보해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답했다. 취업현장에서 기업과 구직자 간 인력 미스매치가 있다는 지적에는 “교육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국가교육 체제를 혁신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돈이 좀 들겠지만,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인천 중구 비영리민간단체 꿈베이커리에서 인천시 관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1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증액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오전 유튜브 라이브에서부터 “찔끔찔끔 소액으로 해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그는 이날 오후 만난 취재진들에게도 “국민들이 기대하는 소상공인 손실지원 기대치가 있는데, 적어서 안타깝고 아쉽다. 여야 합의를 통해 추경 심의 과정에서 대대적인 증액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찾은 인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약들도 발표했다. 그는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베이커리에서 “인천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첫걸음을 내디뎌 온 도시이자, 동북아를 대표하는 국제도시다. 이제 인천은 대전환, 재도약을 앞두고 있다”며 ‘영종도 항공산업특화단지 조성’, ‘경인 전철·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GTX-B 노선 조기 추진 ▶수도권매립지 갈등 해소 ▶영흥 석탄화력발전소의 그린수소발전소로의 전환 등 인천 민심을 겨냥한 약속들을 내놨다.

남수현기자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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